가을은 인생의 언제쯤일까?
60대쯤일까?
70대쯤일까?
줄기부터 수분이 말라
넘실거리던 나뭇잎 한두 개 떨어질 그 무렵은
손에 수분이 말라
주름이 깊게 파여 검버섯이 검게 손등에 떨어져 내려앉을 무렵일까?
그보다 먼저 일까? 나중일까?
못된 아이 놈이 나무를 흔들고 나뭇잎을 몽땅 따다가 사방에 흩뿌리듯이
못된 손주 놈이 이제는 바삭거리는 몸뚱이 위를 올라가며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를 휘어잡으며
'말아 달려라'라고 하는 모습도 감내해야만 했던 인생일 텐데
하얀 머리는 마치 한겨울의 눈이 내린 벌판 같아서
꿈처럼 아름다운 겨울모습처럼
꿈처럼 아름다워야 하는 노년 모습일 텐데
계절은 반복되지만
인생은 반복된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하나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을
하나의 인생도 버거워 중간에 포기하는 이도 있고
하나의 인생도 모자라 다 된 삶을 연장하는 이도 있다
이 싸늘한 가을바람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가끔 어릴 적 집 앞에 서툰 고구마 장수가 굽던 군고구마 향기도 나고..
꿈에서 들리는지 생시에서 들리는지 아득했던 찹쌀떡 장수의 고요한 외침도 들리는 것을 보면
내 가을은 반복되었고..
모순되게도.. 인생의 가을을 난 아마도 자주 살았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