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the Two of Us
허리케인 Henri가 미국 북동부지역을 지나간다는 날씨예보에 어젯밤부터 어수선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행이 내가 사는 지역은 직접적인 영향권이 아니라 그냥 가랑비가 오는 보통의 비오는 날과 크게 다를것이 없었다. 아침을 먹고 애플뮤직에서 대충 추천하는 음악을 틀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데 해가 쨍쨍한 날도 잘 어울리지만 왠지 오늘같이 비오는 날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Just the Two of Us가 흘러나와 또 오랜만에 예전 기억을 떠올려본다.
이미 십여년전의 일을 얘기하고 있다는게 믿기기 않는다. 화학제품 세일즈를 하는 내 직업 탓에 나는 자주 외근을 나가야했다. 2005년 쯤 시작했던 그 일을 10년이 넘게, 그것도 한 회사에서 하게 될줄은 몰랐다. 나는 스스로 지구력이 약하고 금방 싫증을 내는 편이라 한 회사에서 10년을 일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놀랄 일이고 주변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할 지경이었다. 2-3년 정도를 일을 배우느라 바쁘게 지냈고 일이 좀 손에 익을 즈음엔 외근나가는게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악천후에는 외근을 나가는 일이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시간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힐끗 보는 정도였지만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곳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 도장만 찍고 기계적으로 외근을 나와서 갈 데가 없어 사우나에 가거나 PC방에 가는 일은 없었고 외근나갈 일이 없을때는 주로 사무실에서 내근을 했기에 더더욱 외근나가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외근을 나가면 대개 1-2시간, 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을 운전하게 되고 차안에서 머무르는 동안 지루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재미있으면 더 좋은 시간을 위해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외근나가는 동안 CBS로 고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지간하면 자동차의 라디오채널은 CBS가 차지하게 되었다. 오전에 할일을 마치고 10시 쯤 외근을 나가면 거래처 한 군데 정도 들러서 이런저런 제품판매에 대한 미팅을 하고 나오면 점심시간이다. 식사하고 또 한 군데 거래처를 들러 업무를 마치거나 한 군데 거래처를 더 들른 후에 회사에 복귀하는 , 하루에 2-3 업체를 방문하는 패턴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2시쯤이 되면 웨딩송으로 유명한 '너를 사랑해'를 부른 한동준이 진행하는 FM POPS라는 라디오프로그램을 즐겨 듣곤 했다. 거래처 방문시간과 겹쳐서 놓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2시 반 쯤 시작되는 "내 마음의 보석송"으로 팝송과 그에 얽힌 경험을 나누는 사연이 있는 팝송들이었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들도 채워져 있었는데 사연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순간순간 흐르는 음악까지 생각날 정도로 기억이 날수가 있나? 감정적으로 그 순간을 느끼기에도 벅찰텐데 Background같은 음악이 아무리 좋다한들 기억에 남을 정도로 생각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럼 내가 기억이 나는 순간들과 음악은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니 좀 지난 일이지만 예전 기억이 꾸물꾸물 올라온다.
2002년 졸업하고 두어번의 이직을 거쳐 H사에 근무한지도 7년이 넘었고 매년 휴가로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지만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좋더라하는 여행지는 좀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인기있는 여행지는 한번씩 가봤다 생각이 들 무렵, 하와이라는 지상낙원을 경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 회사에서도 창사이래 최고 매출로 이익금의 일부를 직원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기꺼이 여행비용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여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와이에 가기로 결심했다. 하와이는 미국땅이라 심리적으로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동안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인터넷으로 여행후기를 검색을 해보니 천국같은 곳이었다. 아내와 열심히 검색해서 항공편도 예약하고 호텔도 예약하고 여기저기 다니려면 필요할 렌터카도 예약을 해두었고 말로만 듣던 하와이로 떠났다. 하와이는 듣던대로 지상낙원이었고 그동안 여러번 여행했던 동남아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첫인상부터 푸근하고 자유로운 인상을 주었다. 오아후의 이웃 섬, 마우이에서 3일을 묵고 오아후로 이동, 호놀룰루에서 4일을 묵는 7박 9일의 일정이었는데-더있고 싶었지만 자리를 오래 비울수 없는 자리였고 돌아가서 시차적응할 하루이틀도 필요해서 짧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참 바쁘게도 돌아다녔다. 마우이에 도착하자마자 난생 처음 운전해보는 컨버터블을 빌려 호텔에 가서 짐을 풀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더랬다. 그 차로 할레아칼라에 올라 일출을 보려고 새벽에 일어나서 옛 대관령 길같은 꼬부랑길을 두시간이나 올라 도착했는데 내가 쌓은 덕이 부족했는지 내가 갔던 날은 구름과 안개로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어 일출을 보지 못하고 빈손으로 내려왔지만 내려오는 길에 들러 맛있는 브런치를 먹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마우이 섬에서 꼭 하고 싶었던 또 하나의 액티비티는 '하나가는 길'이었다. 말그대로 '하나'라는 곳으로 가는 꽤 외진 드라이브코스인데 길이 좁지만 아기자기하고 중간중간 볼거리가 있는 여행자들에게 인기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어색한 노란색 머스탱을 운전해서 하나가는길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처음으로 운전해보는 컨버터블차량이라 탑(뚜껑)을 어떻게 여는지도 한참 둘러보고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탑을 열고 유유자적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하나가는 길은 포장은 되어있지만 오랫동안 개발이 되지 않은 좁은 편도 1차선-가는길 1차로, 오는길 1차로-이고 중간중간 1차선만 있어서 맞은 편에 오는 차가 있으면 기다리거나 서로 수신호를 통해 통행을 해야 하는 매우 불편한 길이었다. 운전을 즐겨했던 나로써는 그다지 어려운 코스는 아닐거라 생각하고 얼굴에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선글래스를 끼고 잔뜩 멋을 부린 채 탑을 열고 운전을 시작했다. 좁은 길과 운전이 조금 익숙해 질 즈음, 음악이 필요할 것 같아 라디오를 켰고 우연히 튼 어느 라디오 채널에서 'Just the Two of Us'가 흘러나왔는데 반짝이는 햇살 아래 그야말로 우리 둘만 있는 공간에 딱 맞는 노래라 마치 DJ가 우리를 보고 맞춤곡을 틀어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렇게 우리를 노래하는것 같았다. 그렇게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면서 운전을 하다가 얼마 가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운전중이라 어떻게 탑을 닫아야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마침 적당한 장소가 있어 차를 세우고 비를 조금 맞긴 했지만 탑을 닫고 하나가는 길을 향해 운전을 했다. 하와이 차량 번호판에는 주의 상징으로 무지개가 있을 정도로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비가 오고 해가 나면 무지개를 쉽게 볼수 있는데 그 날도 그렇게 소나기가 지나가고 흔히 볼수 없는- 하와이에서는 흔하다-커다란 쌍무지개가 떴다. 무지개가 뜨고 다시 탑을 열고 윈드실드 너머로 들이치는 신선한 바람을 느끼며 가던 길이 여전히 내 기억속에 각인되어 Just the Two of Us 를 들을때마다 하나가는 길에 내 머리위로 쏟아지던 햇살과 그 좁디 좁은 불편한 길을 지나던 드라이브가 생각난다. 하나가는 길의 종착지는 Blacksand Beach로 검은모래해변인데 많지는 않았지만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을 발견할수 있었다. 이런 해변이 있고 해수욕을 할수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른채 수영복도 챙기지 않고 온 덕분에 우리는 그저 바다 구경만 하다가 돌아오긴 했지만 하나가는 길은 지금도 잊을수 없는 하와이의 여행지고 Just the Two of Us를 들으면 그 곳으로 드라이브 하던 생각이 난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사진을 잔뜩 찍어둔 카메라를 호놀룰루 공항에 놓고 온 덕분에 남겨진 사진 한장 없는, 추억은 고스란히 내 기억속에 존재하는 불멸의 여행이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 하와이 여행을 다시 한번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혹시나 해서 CBS기독교방송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놀랍게도 한동준 님이 여전히, 변함없이 오후 2시에 FM POPS를 진행하고 있다는걸 알게 됐는데 오래오래 장수DJ로 오후 시간에 청취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으면 하고 멀리서 응원한다. 지금도 2시반에 내 마음의 보석송을 하고 있는지, 지금은 어떤 음악들이 어떤 사연을 이야기 할지 문득 궁금해진다.
I see the crystal raindrops fall
And the beauty of it all
Is when the sun comes shining through
To make those rainbows in my mind
When I think of you sometime
And I wanna spend some time with you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if we try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Building castles in the sky
Just the two of us
You and I
We look for love, no time for tears
Wasted water's all that is
And it don't make no flowers grow
Good things might come to those who wait
Not for those who wait too late
We gotta go for all we know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if we try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Building them castles in the sky
Just the two of us
You and I
I hear the crystal raindrops fall
On the window down the hall
And it becomes the morning dew
And darling when the morning comes
And I see the morning sun
I wanna be the one with you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if we try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Building big castles way on high
Just the two of us
You and I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just the two of us)
Let's get it together baby (yeah)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