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하숙생 Nov 27. 2021

Thanksgiving, 추수감사절

내맘대로 준비한 한국식 추수감사절

어제 Thanksgiving을 보내고 오늘은 금요일, 미국인들이 일년 쇼핑금액의 70%를 소비한다는 일명 블랙프라이데이다. 목요일이 Thanksgiving이고 금요일은 휴일이 아니지만 대개 휴가를 붙여서 쓰거나 일부 회사들은 금요일까지 휴일로 정하고 쉬게하는 곳도 있다보니 추수감사절은 주말까지 합쳐 보통 4일을 쉬게 된다. 막막함을 뒤로하고  미국에서 어쩌다 보니 운좋게 직장도 잡고  불만없이 살다보니 미국이민 별거 아니네 생각하며 6  지나보니 여러가지 장점도 있으나 불편한 점도 만만치 않게 있는데   하나가 미국에서의 명절보내기다. 불편한 점이라기 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적응이 되지 않는 점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크리스마스는 한국에서는 그저 젊은 사람들만의 휴일처럼 되어 버리긴 했지만 가족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매년 휴일로 보냈으니 낯설지가 않고 특별히 준비하고 말고  것도 없지만 추수감사절은 다들 이것저것 음식과 가족과의 시간을 준비하기 바쁜데 사실 나같은 사람은 추수감사절이 그냥 쉬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처음 미국와서 쓸쓸하게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나를 어여삐(?) 여겨 우리 부부를 집으로 초대해 미국식 칠면조 요리를 대접해준 뉴저지의 Kim Chun에게는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식감이 퍽퍽하다, 맛이 없다, 너무 커서 반이상 남긴다 등등 한국사람들에게는 칠면조요리에 대해 좀처럼 좋은 얘길 들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초대를 받은터라  기대를 하지 않고-오히려 내어준 칠면조 요리를  못먹으면 어쩌나 걱정까지 했더랬다- 갔는데 내가 먹어본  번의 칠면조 요리는 엄지척은 아니지만 그레이비소스와  어울리는  맛있는 요리였고 나는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돌아왔다. 다만 칠면조  마리는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크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수 없고 그게 내가 여전히 칠면조 요리를 추수감사절에 먹지 않는 이유  하나다.


미국에 오고나서 3-4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추수감사절을 보내다 보니 왠지 나만 동떨어져 있는  같다는 생각은 둘째치고 휴일동안 나도 어떤 방식으로든 명절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다면 한국에서 추석  먹던 음식들을 내가 직접 준비해서 먹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사실 추석이나 설날에 가족들과 통화하고 나면 한국의 명절음식이 그리운건 너나 할것이 없는데 음식을 만들려고 생각하면 막막한게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명절음식 준비 경험이 아주 조금 있다. 모든 과정은 아니고 손이 부족할때 잠깐씩 도왔던 경험이 있어 장보기와 준비작업은 내가 하고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은 아내가 하기로 했다. 올해 준비할 요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잡채, 동그랑땡, 산적이다. 명절  상에 올려두면 순삭하는 인기아이템이고 만드는게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만족도가  높고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적당한 방법으로 데워먹어도 괜찮고 명절이라는 느낌을 주기 충분한 음식들이다. 사실은 작년부터 시작한 내맘대로 프로젝트인데 올해도 명절동안 특별히  일도 없고 뭔가 해먹긴 해야겠다 싶어서 실행에 옮겨봤는데 역시 한국사람은 한식이라는 명제에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잡채.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짤이 필요한 순간.
새우동그랑땡. 생새우 + 파프리카 +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었는데 잘게 다지지 않은 새우살의 식감이 제법 괜찮다.
나는 소고기산적파. 산적(散炙)은 적(炙)의 하나로, 쇠고기와 채소 등을 길쭉길쭉하게 썰어 양념을 한 뒤 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이다. -위키백과사전-

내맘대로 준비한 한국식 추수감사절인데 먹다보니 맛있어서 손가락까지 깨물어 먹을 정도인데  기름진 음식이라 전날 먹었던 김치찌게를 부르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이 옥의 티라면 티라고 할수 있겠다. 사실 올해는 음식을 조금 넉넉하게 준비해서 주변에 몇몇 분들에게 조금씩 나눠드릴까 했는데 다들 명절을 끼고 한국에 가시거나 여행을 가시는 바람에 나눔프로젝트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듯 싶다. 아마 음식의 메뉴나 가지수는 변하겠지만 내년에도  후년에도 내맘대로 추수감사절은 계속 될것이다. 이제 배도 부르고 나는 어딘가에 있을 Black Friday 핫딜을 위해 이만 길을 나서야겠다. Happy Thanksgiving!

작가의 이전글 한국에서 은퇴한 어느 미국인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