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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Jun 05. 2021

미국에서 회사를 가져보자

My Own Business in U.S

제목이 상당히 거창해 보이지만 아마존도 애플도 결국은 Garage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였으니 자신의 비즈니스를 갖는건 먼 미래의 가능성까지 본다면 충분히 거창해도 불편치 않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난 적당히 풍족한 수준의 돈을 벌면서 살고 싶을 뿐 아마존이나 애플의 규모까지는 누가 데려다 준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사업자)를 개설하는 것은 쉽다. 

마치 들어올 땐 쉽게 들어와도 나갈 땐 쉽게 나갈 수 없는 대학처럼 비즈니스를 여는건 쉽지만 유지하는건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비즈니스를 열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보고 결정해야한다. 비즈니스개설에 대해서, 스몰비즈니스가 아닌-스몰비즈니스를 무시하는게 아니다-B2B 비즈니스에 대한 내 호기심을 풀어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상황이었고 마침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2017년 12월, 호기 반, 호기심 반으로 비즈니스를 열었는데 사업자를 낸다는 것은 내가 한국에서 경험-물론 한국에서 사업자를 낸 적은 없고 어깨 너머로 봐 온 경험을 말한다-한 것보다 훨씬 큰 정신적,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물질적 부담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느낀건 비즈니스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3월 경 세금보고를 할 때였다. 거래가 없고 세금보고할게 없으면 그냥 넘어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한 나의 순진함에 스스로 다시 한번 놀랐고 아무런 거래가 없더라도 "거래없음"이라고 세금보고를 하는데도 대략 천불-한국돈으로 그냥 100만원이라고 하자-정도의 CPA 수수료가 든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지금 정글에 와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뭘로 어떻게 돈을 벌건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애초에 내가 배운 도둑질로 돈을 벌려고 했으니 물건을 살 곳, 물건을 팔 곳, 그리고 그보다 앞서 어떤 물건을 취급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취급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그 제품이 어디서나 쉽게 구해지지는 않으니-그리고 쉽게 구해지는 제품은 대체로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 시간을 갖고 어떤 제품, 어느 제조사의 제품을 취급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나 역시 어떤 제품을 취급할지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명확한 비즈니스 컨셉이 없다면 비즈니스 열지 않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구체적인 플랜-제품, 예상매출, 사업자금-을 가지고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작해도 결국 나중에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을수 있으니 비즈니스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계획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오는데 나의 경우 한국에서 화학제품 영업을 오래 했고 내가 취급했던 몇몇 제품군과 산업군은 시장의 흐름을 꿰뚫지는 못하지만 큰 흐름과 상황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나만의 특별함을 살릴수 있는 것은 단순하게도 한국제품의 미국판매였다. 미국회사에 취업해서 일도 하고 내 비즈니스도 하면서 느낀 점인데 미국에서 일본제품의 신뢰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고 심지어 시장가격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예상보다 많았다. 아무래도 자동차시장이 크고 일본자동차 브랜드의 미국점유율이 높아서라고 생각하고 자동차와 거리가 있는 산업군은-아주 관련이 없진 않지만 가령 전자, 반도체-그래도 일본 못지않게 한국이나 유럽, 그리고 현지의 미국브랜드도 제법 큰 파이를 가지고 있다. 한국제품을 수입해서 미국시장에 판매하기로 한 배경을 잠깐 설명하면 1. 한국제품은 좋은 품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고 2. 한미FTA로 인해 양질의 제품을 관세를 지불하지 않는-중국제품과 일본제품은 관세(5.5%, 6.5% 등)를 지불해야 한다- 매력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본설정은 끝났으니 이제는 구체화할 시간인데 이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데 아무나 취급할 수 없는 제품은 경쟁자들이 적기 마련이고 이런 제품이 높은 부가가치를 취할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결국 High Risk, High return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인데 이런 컨셉에 잘 맞는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설사 제품을 찾는다고 해도 공급자가 공급할 의향이 있는지, 수요처에서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공급의향이 없는 공급자도 공급하고 싶도록 만들고, 구입할 의사가 없는 사람도 구입하고 싶도록 명분을 만들어 주는게 바로 세일즈, 영업이다. 

결심했으면 빠르게 움직이자.

나는 두 가지 제품- 그 중 한 가지는 이미 예전에 한국에서 취급해 보았던 제품이다-을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수요를 파악해서 공급자에게 접근한다. 금속표면처리, 쉽게 말하면 도금용 비철금속화합물을 판매하기로 하고 한국의 K사를 접촉했다. 이 업체는 해당 제품의 생산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한국의 배터리 시장에서도 많이 쓰이는 제품이라 수요처에 대한 고민은 없었지만 거래처는 다다익선이고 미국이라는 큰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시장을 다양화하고 내수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도 해외시장 수요로 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고 거래를 시작하고 공급을 받기로 했다. 이제 수요자들에게로 돌아가보자. 사실 미국에서의 비즈니스가 어려운 것은 언어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업의 구매형태들이다. 물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구매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이라도 다양한 이유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급처와의 오랜 거래관계, 높은 가격에 구입해도 여전히 영업이익이 충분하다는 점, 품질관리가 힘들고 구매처 변경 프로세스가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 등 접근하면 거절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똑같은 방법으로는 열번 찍어도 안넘어가므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구매담당자와의 짧은 통화와 한 통의 짧은 이메일로 상대방의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 그러다 관심있는 구매업체가 있다면 적극적이지만 느긋하게-호들갑은 빠른 실망으로 이어진다- 그들과 대화하고 원하는 제품의 수량과 공급시점에 대한 정보를 받아내고 공급사로 돌아가 그들에게서 견적을 받는다. 내가 원하는 판매마진-경쟁사의 판매가격 정보를 얻어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미리 판단하고 있어야 한다-을 Mark up하여 견적을 내고 적당한 가격인지 대화를 시도한다. 적정가격이면 거래성사, 구매업체의 희망가격과 차이가 있으면 우리가 말하는 Negotiation(협상)이 시작된다. 비즈니스는 자선사업이 아니므로 이윤이 추구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고 자신의 판매마진 마지노선을 정해서 조금씩 양보해 본다. 그러나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무리하게 적은 마진으로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결국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챙기게 되는 씁쓸한 결과를 목도하게 되니 안되면 거래를 엎을 지언정 적당히 욕심을 부리자. 마침 내가 접촉했던 업체 B는 해당 제품을 취급하고 있었고 다양한 공급라인을 찾고 있었고 나는 너무너무 제품을 판매하고 싶었고 그렇게 서로가 원하는 부분을 채워주며 극적으로 타협이 되어 대략 7만불 짜리 첫거래를 성사시키게 된다. 그렇게 세 번의 거래는 성공적으로 끝나는 듯 했지만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분말형태인 제품이 수분을 머금고 딱딱하게 굳어지는-사실 굳어지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이 제품의 특성으로 다른 제조사의 제품도 굳어지는 시간이 조금 다를 뿐 결국에는 굳어진다- 현상이 발생했고 구매업체의 끈질긴 보상요구로 결국 이 비지니스는 내가 번돈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보상을 해주고 1년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물론 보상과정에서 제조사에서 품질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는 적당한 수업료와 함께 매운맛을 한번 경험한 것으로 만족했다. 

재도전, 영업이익을 극대화하자. 

그렇게 달콤하지만 혹독한 경험을 한 후 한동안 움츠리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또 다른 좋은 제품을 물색하고 시장조사를 하느라 반년 이상을 보내고 한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재고판매를 시작해야 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재고를 확보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집에 금송아지가 있으니 살 사람이 있냐고 떠들고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구매업체와 돈독하고 오랜 관계가 있고 긴 운송기간을 감안하여 발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현물이 없는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상대를 현혹시키는 언변을 가지고 있어도 어렵다. 제조사가 미국 현지고 발주하면 즉시 제품이 출고되어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재고가 없어도 괜찮겠지만 내가 거래를 생각하고 있는 한국이나 기타 아시아 국가들과는 운송기간만 1개월, 선적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대략 2개월이 걸리는 긴 프로세스를 내다보고 비즈니스를 해야 하므로 현지에 재고가 보관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 비즈니스가 풀릴 수 있다. 지난 번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장정보와 수요조사를 통해 사전준비를 했고 한국에서 솔벤트를 제조하는 H사에 접촉했다. 해당 업체 H는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는 많이 공급하고 있지만 북미시장에는 이미 북미시장에 진출한 S사로 인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H사에는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참이었으니 나는 그들이 원하는 세일즈 파워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내가 원하는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소개와 제품기술자료를 받아서 빠르게 미국 수요업체에 접촉을 했고 상당히 많은 업체가 실제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한국에서 대량으로 직접 구입을 할만큼의 관심은 아니었다. 그들 대부분의 스탠스는 "너네 창고에 재고있니? 그럼 견적 좀 줘볼래?" 정도였다. 그래도 어딘가에 있을 대량수요업체를 찾아 몇 개월을 더 삽질을 해보았지만 어딘가에 있는 내 님(?)은 찾기 쉽지 않았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5만불, 10만불이 우습더니 막상 내 주머니에서 3만불 정도 쓰려니 손이 떨려서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비즈니스의 고속성장-고속이든 완속든 떠나서-에 족쇄를 채우는 가장 큰, 그리고 풀리지 않는 고민, 막상 물건을 들여왔는데 아무도 안사주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대략 2-3개월쯤 하게 되고 그러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의지도 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연말 즈음이 되어 내가 다니는 회사-사실 나는 풀타임으로 다니는 회사가 있다-에서 세금보고를 위해 그 동안 받은 급여내역을 확인하는데 이렇게 급여만-재미있는건 급여가 미국 평균연봉과 내가 거주하는 주의 평균연봉을 훌쩍 넘을 정도로 적지도 않다-받아서 생활해서는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H사에 전화해서 공급해줄 재고가 있는지,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문의를 하고 H사와 거래관계의 첫 단추를 꿰게 되었다. 잘 되면 돈 벌고, 그럭저럭 되면 손해만 안봐도 되고, 정 안되면 싼 값에 어디든 팔아버리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발주를 냈고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고 싶지 않아서 화물이 미국으로 운송되는 기간동안 가급적 많은 업체와 접촉했고, 그런 노력 때문인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 건지, 그렇게 미국으로 수입된 제품은 통관을 마치고 창고에 입고된 후 약 2주후에 완판되는 초심자의 행운을 맛보게 된다. 그렇게 약 한달 후 우편함에 기다리던 4만불 짜리 Check이 도착했다. 예전에 Wire(전신환송금)로 결제를 받을 때와는 다른 아날로그적 기쁨이다.      

틈새를 찾아라.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시작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중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크게 틀린 말 일수도 있는게 "뭘 좀 해보려고 하면 이미 누군가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기발하면서 품질도 좋고 미래 성장가능성도 좋은 제품이 있는데 이미 대리점이 있고 Supply Chain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은 일견 사실이다.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은 것이고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고 관심이 없으면 다른 사람도 싫어하는건 너무도 당연하다. 똥을 만지고 더 많은-얼마나 더 많은지도 보고 만져야겠지만-돈을 번다면 기꺼이 똥을 만지는게 비즈니스고 그것에서 시장성을 찾아야 한다. 위에서 내가 언급한 제품들은 모두 위험물로 일반 창고가 아니 취급허가를 취득한 창고에서만 보관이 가능하고 보관료와 작업료, 운송료도 Special rate이 적용되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달콤한 과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중에 의외로 해외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는 업체가 많은데 언어, 시차, 물리적 거리 등 많은 원인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채권회수(결제방법)도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수출기업은 제품이 수출되면 결제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으니 적어도 출항시점에 받길 원하고 미국의 보통의 기업들은 거래 시 Net30 days, 즉 Invoice(송장)를 발행하고 30일 후에 결제가 가장 일반적이고 큰 회사들은 45days, 60days로 결제해주는 곳도 적지 않다. 공급업체는 이렇게까지 긴 결제기간을 감수하면서 굳이 판매할 이유가 없고 구매업체는 이렇게 빨리 결제하면서 구입할 만큼 매력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결제방법도 현금으로 송금하는게 아니라 Check(수표)을 발행-어음과 다르지만 유사한 면이 있다-하여 우편으로 보내주는데 Check을 받고 거래은행에 입금하면 일정 시간 후에 현금이 되는 방식이다. 이런 양쪽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 바로 나같은 "수출입업체"인 것이다. 왠만큼 괜찮은 제품은 다 누군가 차지하고 있지만 자세히 찾아보면 이런 작은-누군가에게는 작지 않겠지만-불편함을 돈으로, 그리고 재고로 해결해주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 최근 IBM 광고에 나온 카피라이트 한 줄이 내 눈길을 끈다. "Problems inspire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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