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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Jun 20. 2021

Juneteenth Day, 그리고 Asian

흑인노예해방일과 아시안

지난 금요일, 6월 18일은 Juneteenth Day로 나는 근무를 하지 않고 하루를 쉬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대강하고 집에서 이런저런 볼일을 보다가 근처에 하이킹을 다녀오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고 그 날 어떤 의미를 찾지는 않았다. 아직 미국에서 오래 살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 곳에서 사계절이 바뀌는걸 5번 이상 보고나니 그동안 지나쳤던 것들을 가끔 다시 보게 된다. 그동안 회사공휴일로 쉬면서도 무슨 공휴일인지도 모르고 쉬고 있다가 이번에 National Holiday로 지정되면서-실은 TV에서 끊임없이 언급되고 반복학습이 되어 저절로 알게 되었다- 이 날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공휴일의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기념하고 의미하는지 알수 있어야 하는데 Juneteenth Day는 추측하기가 쉽지 않아 혹시 Teenagers를 위한 ‘청소년의 날’ 쯤 되는건가 하고 헛다리를 짚었던 내가 우습다. 정확하게는 6월 19일이 Juneteenth Day인데 토요일이라 하루 앞인 18일, 금요일이 휴무일이 되었는데 이 날은 Juneteenth Independence Day 혹은 Freedom Day라고 불린다는 점을 알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한국말로 번역을 하자면 ‘노예해방기념일’ 정도 되겠다. 미국 상원, 하원에서 Juneteenth Day를 국가공휴일 지정법안을 통과시켰고 Biden 대통령도 이 법안에 서명을 함으로써 화답했고 그렇게 Juneteenth Day는 올해부터 국가공휴일로 지정되었다.

Juneteenth는 6월 19일 노예해방기념일을 말한다. 출처 구글

Juneteenth Day는 미국의 흑인들 사이에서는 매우 중요한 날로 Texas의 많은 흑인노예들이 1865년 6월 19일 노예로부터 자유로워진 이래로 쭉 지켜온 날로 Martin Luther King Jr Day만큼이나 의미있는 날이다.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이 1863년에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미국 남북전쟁이 완전히 끝난 1865년까지 지켜지지 않다가 고든그레인저(Gordon Granger)장군이 텍사스 갈베스톤(Galveston, TX)에 도착하여 General Order No. 3를 작성, 선포함으로써 노예해방이 공식화되었다. 노예해방의 현장이었던 Texas가 가장 먼저 Juneteenth Day를 주 공휴일로 지정하고 그후로 많은 주들이 공휴일로 지정하였으나 국경일(Federal or National Holiday)로 지정된건 바로 올해 2021년부터다. 그냥 그렇게 각 주별로 공휴일을 보내면서 지나쳐가던 이 공휴일이 올해 국경일이 된 건 최근 미국에서 다시금 불거진 인종차별사건 중 하나인 George Floyd라는 흑인을 과잉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Juneteenth Day가 National Holiday로 지정되는데 도화선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흑인들은 오랜 기간 많은 차별속에 살았고 지금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속에 살아간다. 그리고 George Floyd 사망사건 이후로도 많은 흑인들이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위협받고 있고 그들은 여전히 Black Lives Matter를 외치고 다닌다. 인종차별은 없어져야 하고 오랜 세월 차별과 핍박을 받은 흑인들의 삶이 더욱 존중되어야 하고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누구의 생명이라고 중하지 않은게 있는가. 출처 구글

하지만 이런 차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만 유독 흑인의 차별에 대해 예민하고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되는 이유에 대해 여러번 생각해 봤다. 최근 1-2년간 Covid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아시아안들도 새로운 차별의 대상이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는데 보호장치가 생각보다 단단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뉴스에 많이 노출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Hate Crime의 상당부분이 흑인에 의해 자행된다는게 매우 아이러니하다. 오랜 시간 핍박받은 자들이 또다른 인종을 혐오한다니 ‘맞아본 놈이 때린다’는 말로 억지스럽게 말을 끼워 맞춰야되나 고민하는 내가 우습게 느껴진다. 얼마나 오래전부터 차별이 시작되었든 아니든 상관없이 차별 자체는 없어져야 한다. 이미 아시안들은 미국에서 다수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실제로 많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은 인도,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안이 많다-을 함으로써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인들은 이미 1992년 LA 폭동의 큰 피해자로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해 스스로 총을 구해 방어하면서 꿋꿋이 살아난 강력한 생존자들이다. 이미 30년전부터 사회적으로 불거져온 이런 차별과 부당함에 정치적인 이유든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든 관심을 갖지 않는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Asian Hate Crime에 대한 법안도 발의되고 통과되었지만 사망자만 8명이고 증오범죄로 의심되는 아틀란타의 한인 네일샵에서 발생한 총기사건도 Hate Crime이 아닌 단순범죄로 분류되는 등 여전한 사회적 차별과 싸워야 하는게 현실이다.

힘을 내요 Andrew Yang! 출처 뉴욕타임즈

New York City 다음 시장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를 뽑는 선거가 며칠 후인 6 22 치러진다. 뉴욕은 민주당이 우세인 지역이라 민주당 후보가 되면 사실상 뉴욕시장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NYC  Borough Brooklyn President(구청장) Eric Adams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투표권이 없는 나는 중국계 미국인인 Andrew Yang 지지한다. 선거초반 강력한 시장후보인 1 Adams 후보를 바짝 추격하며 2위를 달리던 Andrew Yang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현재는 지지율 3, 4 정도에 있다는 뉴스를 들으니 역시 뉴욕시장은 아직 정치적 지지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아시안이 오르기엔 너무 높은 곳인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수 없다. 나는 미국에 와서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살아와서인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차별을 겪은 적이 없고 여전히 조금 어눌하게 영어를 해도 어딜가도 크게 주눅들지 않았다. 하지만 Covid이후에 계속되는 아시안혐오와 그들에 대한 범죄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공장소에 가기를 꺼려지게 만든다. 얼핏 생각하면 별거 아닌거 같고 그냥  조심해서 다니면 되지 라고 넘길수 있지만 이건 심각한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다. 하루가 멀다하고-사실 매일 나오는건 아니다- 나오는 인종혐오범죄를 보면 누가 가족과 함께 뉴욕시의 자랑거리, 뉴욕시의 어마어마한 공원, 센트럴파크에-실제 수개월전에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던 아시안 가족들이 흑인의 혐오범죄의 대상으로 폭행당했다- 가고 싶겠는가. 사실 누가 뉴욕시장이 되든  삶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나는 코로나 이전처럼 공공장소에 가도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고 싶고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니 어떤 인종이냐는 것조차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는 곳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다. Black Lives Matter 아니라 All Lives Matter 되고 Juneteenth Day 아니라 All Freedom Day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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