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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Jun 14. 2021

오지랖도 싫지만 관심도 싫어요

이웃을 만드는 방법

소제목과는 다르게 이웃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고 또 이 글이 무조건적으로 소위 “빨아제끼려고” 쓰는 글로 오해받을까 싶어 미리 그럴 의도가 없음을 밝힌다. 미국에서의 삶을 찬양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누군가 심각하게 고려한다고 해도 굳이 말리거나 그 의지를 꺽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근데 바로 이런 참견말고 내버려두기 식의 태도가 미국에서 살기에 적합하다는걸 이민온 지 얼마 안되서 알게 되고 본의아니게 내가 미국생활에 꽤 적합한 인간형이라는것에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뭘 그렇게 삭막하게 사냐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기준엔 꽤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나와 이웃의 이야기다.


이웃사촌? 

일년에 한두번도 볼일없는 먼 친척보다 자주보는 이웃이 낫다는 이제는 많이 퇴색된 말인데 이제는 사촌도 그다지 가까운 사이라고 느껴지지 않지만 그만큼 가까울 필요도 없다. 함께 사는 공동체 생활에서 뭘 그렇게 까지 무관심하게 사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관심이 즐거운 이웃사촌 관계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파트에서 앞집, 옆집 또는 윗집 아랫집 사이에서 출근길에 마주치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거나 가볍게 목례 정도하고 짧지만 날씨 얘기 정도의 스몰토크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서 어떤 호구조사를 해야만 좀더 가까워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이 나와 어느 정도까지 가까워지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그렇게까지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이것도 한국사람들의 8282에 기인한 사람들끼리 좀더 짧은 시간에 가까워 지는 방법이라고 말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방법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긴 어렵다. 

Home Sweet Home

나의 이웃들, Michelle and Terri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집도 잘 볼 줄 모르는데 여기저기 둘러보다 그래도 제일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이사를 왔는데 동네 인종분포까지 조사할 정도로 치밀하지 않았던 덕에 어쩌다보니 나는 백인인구가 다수인 동네에 4년째 살게 되었다. 내가 거주하는 타운하우스의 양 옆집과 맞은 편 집-아니 그 외에도 거의 백인들 인구가 80%는 족히 넘어 보인다-에는 모두 백인들이 산다. 처음 이사왔을 때 괜히 주눅들어 살 필요가 뭐 있나 싶어 잘 안되는 영어지만 그들과 간단히 통성명을 하며 간단히 인사를 했고 많진 않았지만 모두들 간단히 자신들에 대해 소개하고-소개라고 하지만 서로 악수하고 이름 얘기하고 본인이 하는 일 정도 간단히 소개하는게 전부다- 동네의 일원이 된 것에 반가움을 표시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는데 부담스럽게도 우리 앞집 Michelle은 우리가 계약을 마치고 다시 한번 집을 둘러보러 온 날, 굳이 떠나려는 우리를 붙잡아서 샴페인 한 병을 선물하기도 했고 이러지 않아도 된다고-스몰토크 이상으로 길게 말할 재주도 없고 얘깃거리도 없었다-했지만 잠깐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음료까지 대접하며 내가 이사온 집에 전에 살던 거주자도 자기가 처음 이사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었기에 그 친절함을 우리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매우 운이 좋은 경우고 모두가 이렇게 친절하진 않다는걸 나도 안다. 아니, 쉽게 만나기 어려운 굉장히 친절한 이웃이다. 그렇게 4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서먹하기도 하고 가끔은 인사를 나누며 느리지만 예전보다 조금 더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가끔 나누는 인사와 안부속에서 그들이 아들이 둘이고 남편은 스웨덴사람이고 일년에 한번은 스웨덴에 놀러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키우는 강아지 이름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들에 대해 더이상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알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얘기하면서 자연스레 한국에서 왔다는 걸-Covid19로 인해 더더욱 내 모국에 대해 말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알려주었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려주게 되었다. 그리고 즐거운 하루 보내라고 인사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들어간다. 내 이웃집 사람들에 대해 이 정도 이상으로 궁금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따금 그들이 집을 고치면 “아, 며칠전에 비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어디가 파손되었거나 고장이 났나보구나” 하고 어느 날 이웃이 새 차를 사고 오다가다 마주치면 “차 새로 샀나봐, 멋있네”하고 축하해 주면 될 일이다.

4년전 집에 이사올 때 이웃으로부터 받은 샴페인

우리 옆집의 Terri는 앞집과는 달리 딸만 둘이고 남편 Tom은 좀 우락부락하게 생겼다. 틴에이져 딸은 가끔 부모님 차를 몰고 나가다가 최근에는 멋진 럭셔리카가 주차되어 있는걸 보니 새로 사준 모양이다. 이사전에 집을 계약을 마치고 열쇠를 가지고 집을 구경하러 갔을때 우리를 발견하고 인사를 나눈 옆집 Terri는 재택근무를 한다는 말로 일과시간(9-5)너무 소란스럽지 않았으면 한다는 깐깐함을 우회적으로-나는 그렇게 이해했다-표현했고 우리는 둘다 직장에 나가 근무하는 사람들이라 시끄러울게 없는 집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고 얘기하면서 첫 대면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가끔 집앞에서 본인의 검정색 세단을 세차를 하는 조금 우락부락한 Terri 남편, Tom과도 인사를 했지만 직업이나 신상에 관한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 기회도 오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우편함에 편지를 찾으러 가다가 옆집 Terri를 마주쳤고 마침 그날이 딸의 생일파티라고 음악과 소음이 좀 있을텐데 금요일 밤이니까 이해해달라고 얘길했고 나는 이웃인데 뭐 어떠냐고 상관없다고 얘길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벽 너머로 10대들이 좋아하는 걸로 추정되는 음악소리가 밤늦게까지 들린걸 보고 작년에 Covid19 와중에도 몇번 사람들을 초대해서 밤늦게까지 놀더니 역시 모든 사람들이 나같지는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대편 옆집에 거주하는 Allen도 있는데 역시 그에 대한 얘깃거리도 많지 않다. Deck이나 문 앞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보면 유쾌하게 대답해주는 할아버지라는게 전부니까 말이다. 

출처 미국 CBS. The Neighborhood

나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충분히 가깝게 지낸다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의 친분은 가까운 이웃이라고 하기엔 부족한건가? 그렇다면 그들은 나를 삭막한 이웃으로 생각하는걸까? 계속 질문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들이 내가 주인공인 인생에서 조연같은 역할인데 왜 필요이상으로 친해져야 하는가? 친해질 일이 있으면 친해지는 것이고 친해질 일이 없으면 이런 상태로 몇 년 또는 십수년을 이렇게 지낸들 무슨 상관인가? 나는 한국의 아파트에 살때도 이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앞집 아저씨가 동네 중학교 교사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106호에 사는 이웃 본인의 잘못때문에 생긴 일에 내가 오해를 받고 욕설까지 당한 매우 불쾌한 경험이 있어-1806호 꼭대기층에 살고 있는 내가 어쩌다 이렇게 먼 이웃과 얽히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CCTV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진실이 밝혀졌고 나는 결국 피가 펄펄 끓는 다혈질 이웃에게 사과를 받았다- 하루빨리 이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내가 미국에 와서 꽤 여러번 만나보기도 했고 가장 싫어하는 부류를 얘기하자면 “내가 한국에 있을때 OO에서 살았는데, OO그룹에서 십수년 일했는데”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나는 비교적 빨리 이런 사람들을 피해야겠다는 판단을 했고 여러번 만날 필요를 못느껴서 세번 이상-두 번 이상 만나는 것도 시간낭비지만 어쩔수 없이 만난 경우가 몇번 있었다- 만나지 않았고 지금도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이상 만나지 않는다. 한국사람들은 다 그런 성향이 있다고 받아 넘기기엔 직장에서 약 3년을 알고 지낸 한국인 직장동료와는 점심시간 또는 출퇴근하면서 마주치는 짧은 시간에 한 얘기가 전부지만 여전히 서로 업무를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가까운 사이라는 점이다. 차라리 보아하니 나보다 어린것 같은데, 또는 나보다 돈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본인을 존중하는게 어떠냐고 정중하게 얘기하는게 차라리 덜 얄팍해 보이지 않나. 그리고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치고 미국에서 버젓하게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지 못하고 만나자마자 서열을 정하려고 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이런 사람들이 내 이웃이 아니라는게 참 다행스럽다. 서로에 대해 깊이있게 아는 건 가족과 가까운 친구 몇 명 정도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여러 사람에게 깨알같이 애정을 나줘주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를 아껴주고 가까운 소수인원에게 내가 가진 애정을 듬뿍 나눠주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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