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하숙생 Jun 21. 2021

재택근무가 끝났다

Post-Covid를 준비하는 자세

드디어 때가 왔다. 미국에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회사에서 조만간 재택근무-그동안 부분적으로 일주일에 1-2일 정도사무실에 나가긴 했지만-형태를 종료하고 7월부터는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라는 Get-Back-To-Office Notice가 날아왔다. 너무 Cliche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오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나의 상태는 머엉하다.


그렇다. 백신 덕에 생각보다 조금 일찍 그 날이 왔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내 움직임도 좀 바빠졌다. 그동안 하던 과외업무-개인적으로 꼼지락거리던 비즈니스-을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고 회사일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사실 처음 새로운 타입의 업무패턴을 접했을때의 어리숙함과 혼란스러움은 더이상 없고 업무량도 버거울 정도로 많진 않아서 시간적 여유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내 개인업무를 볼 정도로 염치없어서는 안되는 법. 결국 내가 꾸려가던 비즈니스는 이 정도에서 현상유지하는 정도로 갈무리 해두고 본업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재택근무긴 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상태에서 또다른 내 비즈니스를 한다는 자체가 회사에 미안한 감도 있어서 미친듯이 몰입하진 못했고 재택근무로 인해 절약되는 시간-주로 아침 저녁의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저녁식사 후의 자유시간-에 활용했던 터라 직장에 돌아가면 내가 꾸려가던 비즈니스의 성장세는 아무래도 조금 꺽이지 않을까 싶다. 그냥 조금 여윳돈 조금 더 생긴다는 정도의 느낌으로 큰 욕심없이 끌고 가야겠다.


변화1. 마스크로부터의 자유

당연히 와야 할 변화고 모두가 기다렸던 변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급적 이동과 신체접촉을 줄이고 불가피한 이동 시에는 마스크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여 전염을 방지했던 예전과는 달리 주마다 가이드라인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완화하고 실외는 거의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의무를 해제했다. 다만 여전히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 지역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을 적지 않게 볼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아마존에 흡수된 식료품 공급업체인 Whole Foods Market에 가보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걸 오늘 알게 됐다. 불특정다수를 접촉하는 직원들의 경우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식료품을 사러온 손님들의 경우는 마스크 착용이 더이상 의무가 아니다. 그렇다. 모든 장소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의무가 없어지면서 답답하게 호흡할 필요가 없어졌고 어디서나 신선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여전히 한국에서 받은 성능좋은 마스크가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스크는 곧 우리 곁에서 해방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구글

변화2. 출퇴근

사무실 근무체제로 돌아가면 즉각적으로 느끼는 부분이고 당연한건데 선뜻 웃으면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단순한 출퇴근이라고 생각하면 쉽겠지만 출퇴근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아침, 저녁으로 2시간 정도를 길에서 보내야 하고 차량을 운전하게 되면 유류비도 생각해야 하고 Toll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Pandemic 이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인데 돌아가려니 아쉬운건 나도 한 명의 얄팍한 인간이기 때문일까. 내 한달 통근거리를 계산해보니 대략 1,200마일(약 1,900킬로) 정도로 유류비가 대략 200불에-한국의 기름값과 비교해보면 싼데 싸지 않다- Toll(통행료)이 140불 정도 나오는데 지난 1년 반을 통째로 재택근무를 했다면 대략 6,000불 가량, 나는 일주일에 이틀(40%) 정도 출근을 했으므로 3,600불 정도 절약한걸로 예상한다. 그래도 왕복 95킬로 거리를 1.5-2시간 정도에 통근하는 나와 달리 내 옆자리 동료의 경우는 왕복 140킬로를 2.5시간 정도 걸려 통근해야 하므로 더더욱 사무실 근무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반가울리 없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차근무하는 편이라 최근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만난 그 동료와 얘기 해보니 기존 차량의 마일리지가 10만 마일(160,000km)이 넘었고 기름도 적잖이 먹는 SUV모델인데다 주정부로부터 약 7,000불 가량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기회가 되어 작년 말에 테슬라로 바꾸고 더이상 주유소에 갈일이 없어서 너무 좋다는 얘길 들었다. 나는 여전히 전기차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고 주유소에서 5분만에 기름을 채우고 길을 나설수 있는 내연기관차량이 좋아서 전기차를 고려하지 않았다. 게다가 배터리의 힘으로 움직이는 전자제품같은 느낌보다는 내연기관에서 느낄수 있는 엔진음이 여전히 나에겐 익숙하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지만 재택근무가 사회전반적으로 활성화되어 아침저녁으로 도로가 덜막히길 기대할 뿐이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출처 구글

변화3. 출장

코로나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이동의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타주에 출장 갈 일이 많은 나의 경우는 조만간 출장을 갈 일이 생길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고민스럽다. New England 지역-미국북동부 Maine, Vermont, New Hampshire, Massachusetts, Connecticut, Rhode Island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불행히도 이 지역은 출장 갈 일이 없고 있어도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편이라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는 지역이다-은 백신접종율이 60%가 넘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는게 이상하지 않은 시기가 되었지만 주별로 백신접종율이 다르고 중부의 일부 지역은 접종율이 가장 높은 주에 비하면 절반이 조금 넘는 곳도 있으니 이런 지역에 출장을 가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지, 다녀와서는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집단면역은 인구의 70%이상이 항체가 형성되어 더이상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는 상태인데 마스크를 벗고 다니기엔 40%의 접종율은 너무 낮지 않은가.  

6월 20일 현재 18세 이상 2차접종을 마친 사람은 55.8%로 미국 성인의 절반이상이 Fully vaccinated 상태로 판단된다.
중부와 서부의 내륙지방은 여전히 커뮤니티 감염도가 높은 곳이 있어 동부지역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변화4. 저녁과 도시락

2016년에 미국에 와서 미국식 삶에 정착하기까지 크고 작은 변화들이 참 많았다. 그 옛날 얘기지만 파스타와 샐러드를 좋아하는 아내가 나보다 더 된장, 고추장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걸 알게 된 것도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서였다. 반대로 나는 밥없이는 못사는 사람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빵도 샐러드도 양식도 좋아하는 전에도 잡식성이었지만 어디서든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수 있는 전천후인간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이렇게 각자의 식습관의 패턴과 차이가 생기고 그리고 또 다른 이유 몇 가지를 들자면 만만치 않은 외식비용, 그리고 밖에서 사먹는 음식들이 대개 좀 달고 짠 편이라 먹고 나면 하루종일 물을 찾고 맛도 몇번 먹고 나면 금방 질려버리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하질 않던 저녁식사 준비와 도시락을 준비하기 시작한게 약 3년 쯤 되었다. 그러다 Covid가 세계를 강타하고 나는 줄곧 재택근무에 출퇴근시간이 많이 절약되어 자연스럽게 저녁식사 담당이 되었고 그 동안 더 많은 음식들을 만들어보고 제법 맛나게도 할 줄 알게 되었다. 가장 많이 창업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가장많이 폐업하는 분야가 요식업이라 그런지 유튜브 역시 요리분야는 넘쳐날 정도로 많아서 책갈피 해두었다가 식사준비에 요긴하게 써먹었다. 이제 회사로 돌아가면 저녁준비는 어떻게 할지 좀 고민스럽다. 퇴근하고 저녁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많지 않아서 Meal-Prep을 해두어야 할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른 메뉴를 준비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외식 또는 To-Go 비중을 늘려야 할지 생각중이다. 정상근무로 돌아가도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건 마찬가진데 그동안 누렸던 ‘넉넉한’ 저녁이 있는 삶을 잊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것 같다.

넉넉했던 저녁이 있는 삶이 그리워질것 같다. 출처 구글


작가의 이전글 Juneteenth Day, 그리고 Asi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