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삼대
올 봄 옆집에서 토란 종구를 몇 개 얻어다 담 옆에 심었다
어렸을 적 시골집 도랑에 핀 널따란 토란 잎을 상상하며
제법 큰 구덩이 두 개를 판 다음 종구를 묻고 봄 여름을 다 보냈다.
토란 잎은 생각보다 빨리 넓어지지 않아
조급한 마음만 빗방울로 튕기어 내더니
새벽, 움푹 파인 곳에 영롱한 눈물 몇 점 남겼다.
가을이 되어서야 굵어진 줄기 위에 너른 잎들
그 중 가장 큰 잎 따서 우산 받쳐들고 싶었으나
비가 오지 않는다,
비는 내리지만 내 머리가 토성만큼 자라버렸다.
늦가을,
삽을 땅 속 깊숙이 박았더니
아버지가 야야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 토란 줄기를 붙든 채 허공에 붕 떠있고
아버지 허리를 껴안은 내가
한 손으로 아버지 혁대를 꼭 잡고서
다른 손으로는 두 딸 겨드랑이를 움켜잡은 채
한참을 가을햇살 천남성처럼 독하게 매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