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전이

by 김저녁꽃

고추밭 전이


아내가 매운 고추 몇 개 따오라기에

바구니를 들고 마당 고추밭으로 향했다.


이랑 하나에 아삭이고추 두 주 청양고추 다섯 주

한여름 지나니 군데군데 빨갛게 물이 들었다.


작고 단단한 파란 청양 대여섯 개

가늘고 긴 아삭이 한 움큼 따서는

아일랜드 식탁 위에 부려놓았다.


아내는 국수 양념장에 청양을

부추전 밀가루 속에 아삭이를 넣느라 바쁘다.


모처럼 서울 사는 아이들까지 와서

멸치국수에 부추전을 먹는데

양념장은 밋밋하고 부추전은 맵다고 난리다.


쏟아지는 눈초리를 뒤로 하고

텃밭에 나가 청양과 아삭이 하나씩을 따서

맛을 보는데 세상에나

매운 맛과 순한 맛이 바뀌었다.


그렇게 매웠던 청양은 청순한 양이 되었고

순하디 순했던 아삭이는 독사가 되어 있었다.


맛이 바뀐 고추 두 개를 들고서

차마 대문 앞을 서성이는데

역시 고추는 매워야 제 맛이라며

큰소리로 웃어대는 아내 목소리에


뽕나무 위 까치도 놀라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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