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누구와 약속을 해도 항상 먼저 와서
식탁에 냅킨을 깔고 숟가락 젓가락을 올려놓은 후
제사상 술 올리듯 공손하게 물을 따라놓는 사람
가끔은 시계를 보면서 화병에 꽃이 생화인지
강아지처럼 킁킁 냄새를 맡다가
남은 물을 마저 병 속에 뿌리는 사람
상대방이 들어올 문에서 찾기 쉽게
역광을 피해 다비드 흉상처럼 앉아있다
문소리 딸랑 울리면 얼른 쫓아나가
무거운 가방을 뺏듯이 좌석으로 가져오는 사람
오늘의 날씨와 기분을 조합해
그 집에서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추천할 줄 아는 사람
말 없이 밥을 먹으면서도
중국영화에나 나오는 상상 속 말의 접전
말의 초식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가끔 씽긋 웃는 사람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만나서도 별 할 얘기가 없어도
염화미소처럼 인연이 되어버리는 사람
궁극적으로
동선을 미리 짜놓고
그마저 남은 물을 식탁에 흘려 주위를 분산시킨 다음
계산대로 사냥개처럼 달려가는 사람
배려의 힘이 장사인 사람
땅만 보고 살아서 키가 작은 사람
그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