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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Oct 10. 2021

[댓글 살인마] 댓글기능 만든 자 지옥불에 튀겨져라?

댓글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이른바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디갤(디시갤러리)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일베(일간베스트)까지 수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존재한다. 사실 요즘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댓글 용어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댓글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연령층은 주로 10대에서 30대 사이다. 억압된 사회구조 속에서 학업, 취업,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에 커뮤니티만큼 좋은 장소는 없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익명으로 불만을 발산하고 위로를 받는 것은 분명 건전한 일이다. 하지만 이름을 숨기고 현실을 왜곡하거나 타인을 지나치게 비방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커뮤니티 내에서 증폭되고, 이들이 건전한 포털 사이트까지 넘나들면서 ‘악플’로 인한 폐해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들에게 공동체를 뜻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가버린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전제로 한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바람은 저버릴 수 없다. 여기서는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의 특성을 살펴보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자 한다.


2020년 현재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는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는 디시인사이드(종합), 에펨코리아(축구), 루리웹(게임), 뽐뿌(쇼핑), 인벤(게임), 일베(종합), 엠엘비파크(야구), 보배드림(자동차), 더쿠(연예), 오늘의유머(유머) 등이 있다. 디시인사이드는 20대 중후반 남성, 에펨코리아는 20~40대 남성, 루리웹은 30대 남성, 뽐뿌는 30대 남성, 인벤은 30대 남성이 주 이용층이다. 주로 20~30대 남성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커뮤니티들이 검색창, 실시간 검색어 순위 등 포털과 같은 초기 화면 구성을 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하루 게시글이 100만에 달하고, 댓글도 200만이 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부분 게임, 연예, 스포츠 등 각 카테고리 별로 수 많은 글과 댓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또 갤러리 코너에는 수 천개의 방마다 유명인들의 재미있는 사진과 댓글이 줄을 잇는다. 실시간 뜨거운 뉴스는 물론 그들만의 재미난 백과사전 기능도 있다. 디시위키의 경우, 총 8만개에 이르는 재미난 정보들이 숨겨져 있다. 포털과 다른 점은 정제하지 않은 날것의 거친 표현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도 한다. 


디시위키에서 '댓글'을 검색하면 이런 글이 뜬다.


"인터넷 문서나 게시물 등에 자신의 반박, 동조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해주는 밑에 달려있는 짧은 글. *키배(키보드배틀) 뜨는 새끼들끼리 마지막으로 댓글을 달기 위한 자존심 싸움이 왕왕 벌어진다. 본인이 마지막 댓글을 달지 못하더라도 자존심 상하지 않게 머리 굴리는 자 vs 어떻게 그 속셈을 간파하고 본인이 이긴 것처럼 포장하려는 자의 심리싸움이 인상 깊다. 댓글은 니네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병신들아 좀 앞뒤 잘 보고 댓글 좀 싸라 씨발 것들아 안 보는 게 제일 좋다. 어떤 개새끼가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이 기능 만든 새끼는 지옥불에 튀겨져야 한다."


참으로 댓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규정이 아닐까 한다. ‘댓글은 니네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핵심이다. 


좀 뜨끔하지만 댓글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앞에서 ‘인생댓글’ 하나쯤 남기라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무한경쟁의 '댓글 파이터'들이 키보드 위에서 고독한 싸움을 거쳐 지금의 무수 많은 명 댓글들을 생산해 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면서 댓글의 정글에서 살아남은 전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분들께 삼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아무튼 위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한번 순회하면서 재미난 글과 사진, 그리고 깨알 같은 댓글들을 들여다 보기 바란다. 나이는 어릴지라도 다들 인생댓글의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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