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MBC 코미디 프로그램 <별들에게 물어봐> 코너에서 개그맨 이경규는 바보 분장을 하고서 상대방의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답변을 한다. 제일 좋아하는 별자리가 뭐냐고 물으면 '술자리'라고 답한다. 그러다 말문이 막히면 "별들에게 물어봐~"를 외치며 궁지를 벗어나곤 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상당히 철학적인 개그 코너가 아니었나 싶다. 옛 사람들은 별을 보고 날씨와 운세를 점쳤다. 별이 떨어지면 나라에 큰 근심이 생기거나 그 자리에 영웅이 탄생한다고도 믿었다. 별이 떨어진 자리(낙성대)에서 고려를 구한 강감찬 장군이 탄생했다는 비화는 유명하다.
윌리엄 허셜(1738.11.15 ~ 1822.8.25)은 1781년 3월 어느날 밤에 천왕성을 발견했다. 천왕성이 발견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태양계의 행성이 수성・지구・화성・목성・토성 등 6개로 알았다. 천왕성의 존재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천문학계에 준 충격은 컸다고 한다.
새로운 행성의 명칭을 처음에는 영국 왕의 이름인 '조지의 별'로 했는데, 프랑스에서는 이에 반발하여 ‘허셜’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초의 하늘 우라노스의 영어식 발음인 '우라누스’(Uranus)로 이름 지었다. 한자로는 '하늘의 왕'인 천왕성(天王星)이다.
신기한 것은 이 천왕성을 발견한 윌리엄 허셜이 천왕성의 공전 주기와 같은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고두현 시인의 '별에게 묻다'에 우주의 장엄한 시간 속 인간의 찰나가 얼마나 작고 덧 없는 것인가 잘 드러나 있다.
별에게 묻다
천왕성에선
평생 낮과 밤을
한 번밖에 못 본다.
마흔두 해 동안 빛이 계속되고
마흔두 해 동안은 또
어둠이 계속된다.
그곳에선 하루가
일생이다.
남해 금산 보리암
절벽에 빗금 치며 꽂히는 별빛
좌선대 등뼈 끝으로
새까만 숯막 타고 또 타서
생애 단 한 번 피고 지는
대꽃 틔울 때까지
너를 기다리며
그립다 그립다
밤새 쓴 편지를 부치고
돌아오는 아침
우체국에서 여기까지
길은 얼마나
먼가.
밤하늘 별들을 보기 참 좋은 계절이다. 수 많은 별자리 중에 내가 태어나고 돌아갈 곳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인생사 잘 안풀리고 답답할 때 가끔씩 별들을 보자. 그리고 "내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보자.
허셜의 천왕성 발견과 공전주기 만큼 살다간 것을 우연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삶이 힘들면 인간사가 아닌 우주 속에 자신을 대입시키면 뭔가 해답이 나오리라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명'이 아닌가 싶다. 별들에게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