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뭐니뭐니 해도 보름달을 보는 맛인데, 오늘 비가 내려서 달 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그나마 비가 그치고 오후 7시쯤부터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봅니다.
새해 일출을 보러 가는 것처럼 추석 보름달을 구경하기 위해 동네 뒷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기름진 음식으로 더부룩한 배를 소화시킬 겸 산책을 나오는 것이죠.
둥근 보름달을 보면 마음이 덩달아 환해집니다. 꽉 찬 달을 보면서 가족의 소원을 빌기도 하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에서는 배우 강수연이 합방을 하기 전에 달의 기운을 흡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달은 생명과 출산을 상징하기 때문이죠.
어렸을 적에는 추석이면 읍내 장에 가서 어머니가 새옷을 사와서 입히셨죠. 극장에서는 '똘이장군' '마루치아라치' 같은 만화영화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고요. 그 돈으로 영화를 보고 짜장면 한그릇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70년대는 배고픈 시절이었습니다. 새옷은 커녕 육성회비를 못내서 선생님한테 혼나고 동네 어귀에서 눈물 흘리던 아이들이 많았죠. 그 힘든 시기 우리 어머니들은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달을 보면서 자식들 생각에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반칠환 시인의 '월식'은 충청도 어느 시골집의 배고픈 어느 저녁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월식
돼지우리 삼은 큰 궤짝 걷어차며
이놈 팔아 나 중핵교나 보내주지
거듭 걷어차던 시째 성 집 나갔다
대처 나간 성들도 소식 없었다
사진틀 끌어안고 눈물짓던 엄마는
묵판 이고 나가다 빙판에 팔 부러졌다
말 없는 니째 성 더욱 말 없고
말 잘하는 누나도 말이 없었다
겨울바람은 왜 쌀 떨어지고, 옷 떨어지고,
땔감 떨어진 집을 더 좋아하나
연기 솟는 방고래, 흙 쏟아지는 베름짝이
무에 문제냐고 하룻밤 묵어 가잰다
마실 갔다온 엄마가 말씀하신다
이상한 일도 다 있지 마실 갈 땐 둥실하던 보름달이
슬슬 줄어들어 그믐처럼 깜깜터니
돌아올 때 그짓말처럼 환하지 않더냐
그게 월식인 줄 대처 나간 성들은 알고 있었을까
얼음보다 더 찬, 멍석보다 더 큰 그믐달이
슬슬 가려주던 우리 집 언젠가
그짓말처럼 환해질 줄 알고 있었을까
차면 이지러 지고, 기울면 다시 찬다더니 하룻밤에도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물며 100세 인생에서 이런 풍파가 한 두번 이겠습니까. 지금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환한 보름달이 머리 맡에서 비춰줄 것을 기대하며 사는 것이죠. 보름달을 못 보면 어떻습니까. 마음에 항상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음을 품으며 살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