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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Nov 28. 2022

진짜 부자와 가짜 부자

시골에 카페 짓기2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서종면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다시 찾았다. 시골에서 가져온 김장김치를 갖다 주고 두어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첫 만남보다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성장과정과 삶의 철학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의 만남에서 중요한 것은 솔직함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본보기로 삼는 작가의 작업실은 참으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오늘은 일부러 화장실과 샤워실, 내부 인테리어 등을 자세히 살펴봤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본격적으로 건축에 대해 물어봤다. 약 4개월에 걸쳐 완공을 했는데, 건물 구조에 비해 오래 걸린 것이라고 한다. 기존에 허물어진 집 기둥이 남아있어서 벽 보강을 통해 두텁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건축사무소를 존중해서 되도록이면 일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잘못된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작가가 지켜보면서 적벽돌의 매지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관행적으로 인부들이 매지 작업을 했다고 한다. 천정을 노출 콘크리트 식으로 하라고 했는데 흰색으로 페인트를 칠했으며, 유럽에서 거금을 주고 가져온 문을 반대로 달아놨다고 한다. 중간에 인테리어 업자가 선금을 받고 튀어서 고생을 한 얘기까지 듣다 보니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일단 마땅한 토지를 구입한 다음, 건축설계사에게 작가의 작업실을 보여주고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작가가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그 부분까지 감안해서 조언을 해주겠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믿을만한 건축사무소여도 관행적으로 일하는 인부들 때문에 일을 망칠 수 있으니 매일 현장에서 점검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건축사무소 직원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건축물을 완성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 정말 중요한 부분에 대한 공사가 있을 때는 자리를 뜨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그것은 감시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뜯어내고 재공사를 하는 비용이 더 들게 된다.


가나와의 월드컵 2차전이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같이 이른 저녁으로 팥죽을 한 그릇씩 먹었다. 작가가 버는 돈의 절반을 기부한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현재 작업실도 나이가 들면 모 단체에 기증키로 했단다. 그러면서 카네기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줬다. 


“통장에 많은 돈을 남기고 죽는 사람처럼 치욕적인 인생은 없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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