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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Dec 01. 2022

욕심을 버려야 보이는 세한도

시골에 카페 짓기5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에디터로 활동하는 김수경 작가가 보내온 명상 동영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 작가가 직접 제작한 ‘아 명상’(Ah Meditation)은 20분 동안 아~ 소리를 내면서 몸의 에너지 중심인 루트 샤크라에서 제3의 눈까지 집중력을 키워준다. 명상을 하고 나면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충만함을 느낀다.


오전에는 군의회 정례회 개회식이 있어서 참관했다가 내가 모시는 정신적 스승님과 함께 용문면 광탄리 영남한우촌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다. 주차를 하려는데 선생님이 어느 누각으로 들어가시기에 따라갔더니 아주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우리를 반겼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남원 양씨 가문에서 세운 정자라고 한다. 


돼지갈비에 육회비빔밥, 된장찌개, 냉면을 곁들여 배불리 먹고 단골인 강하면 카포레로 향했다. 대표이신 사라 선생님은 안 계시고, 베로니카 자매님이 반겨 맞아주었다. 아내와 나는 초코 아이스크림, 배 선생님은 유자차를 마셨다. 사라 선생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유자차 맛이 일품이었다. 


20여 년 전에 ‘마음으로 따라하는 무심행 선체조’(하남출판사)를 쓰신 배 선생님은 수행이 깊으신 분이다. 지난 날 삼천 배를 통하여 성철스님으로부터 ‘법광성’이라는 법명과 ‘삼서근’에 관한 화두도 받으셨다고 한다. 인간사 복잡한 것들에 걸리지 않으시면서도 자애로움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천주교인이지만 선생님을 통해서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아무튼 선생님은 글 못지 않게 말씀도 재미나게 잘 하셔서 옛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늘은 트라우마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일찍 홀몸이 되신 어머니와 도박에 빠져 ‘땡깡’을 부리는 오빠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기에 자세한 내용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 ‘인생이라는 것이 참 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인연의 실타래, 시간의 흐름 속에 점 하나 찍었다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참 소중하다’고 느끼곤 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추위에 달마저 제 몸을 반으로 접었다. 봉황정 키 큰 소나무도 작아지면 세한도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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