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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Nov 30. 2022

싸다고 들어갔다 싸다구 맞는다

시골에 카페 짓기4

11월 마지막 날은 강추위로 시작됐다. 오전에 가기로 한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오후 2시쯤 방문한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부동산에 가기 전 신애리 나대지를 보러 갔다. 해당 물건을 소개한 블로그 위성사진을 보고 더듬더듬 찾아갔다.


구불구불 좁은 마을 길로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땅은 101평으로 좋은데 접근성이 좋지 않았고 옆에 무슨 공장 같은 것이 있었다. 또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니 근처에 퇴비공장이 있어서 악취가 아주 심하다는 평이 발길을 돌리게 했다.


약속한 부동산에 가기 전에 아내에게 어제 본 옥천면 물건을 보고 가자고 했다. 인근이 계속 개발되는 곳이라서 위치는 괜찮았지만 가격 부담이 컸다. 그래서 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부동산 한 곳을 더 들렀다 가기로 했다. 


길가에 유독 눈에 띄는 부동산 간판이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중년의 신사가 우리를 반겼다. 100평 이하 계획관리지역 땅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더니 초등학교 옆 구옥을 소개해줬다. 73평인데 평당 330만원(도시지역)이라고 한다. 입이 떡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았다. 


방금 보고 온 땅을 물으니 사장님이 빙긋 웃으시며 자신이 몇 년 전에 중개를 한 토지라고 한다. 그러면서 땅 주인의 스토리와 현재 상태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구매 의향이 있으면 중간에 흥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부동산 문을 나섰다.


이번 부동산 거래에서는 6년 전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부동산 중개인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나의 패를 먼저 꺼내줄 필요도 친근해질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호구’로 보이면 부동산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이 많은 곳 위주로 물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여 제일 먼저 보여주는 곳이 임야를 개발해 평탄지로 만들어 파는 땅이다. 대부분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전망은 좋다. 도시인들이 혹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마을 진입로로 들어갈 경우 비좁기도 하고, 원주민들이 공사차량 진입을 막는 경우도 있다. 싸다고 전망 좋다고 들어갔다가 싸다구 맞는 일이 허다하다.


만약 6년 전 내가 지금 정도로 이곳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멋진 집을 샀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다 보니 부동산과 짠 업자에게 속아 큰 손해를 봤다. 각 지역별 땅값 시세를 먼저 알아보고 주택을 구매하면 속더라도 크게 손해는 보지 않는데, 대부분 서울 사람들이 주택의 외관 등에 정신이 팔려 집을 구매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아파트와 다르게 전원주택은 감가상각이 있어서 아무리 잘 지어도 제 값을 받기 힘들다. 시간이 지나도 적정 가격을 받으려면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집이라야 한다. 아니면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가성비 좋은 주택을 사는 것이 좋다. 농사 지을 게 아니라면 마당이나 정원이 작거나 아담한 편이 관리하기 편하고 나중에 팔기도 쉽다.


아무튼 내가 원하는 평수와 금액, 그리고 위치를 정해놓았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또 아파트와 같이 양평에 땅을 사둔 외지인들도 대출을 받아서 사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이 잘 되면 이자 부담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매수자가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다. 적정 가격을 불러놓고 기다리면 된다. 


이미 부동산에서 해당 땅을 거래한 연도를 유추해 국토부 실거래시스템에서 매매 가격을 알아뒀다. 땅 주인이 매입한 평 단가와 매매 하려는 가격을 알고 있으니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면 될 일이다. 그 가격에 맞지 않으면 나와 인연이 없는 땅인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은 내가 찾고자 하는 소형 토지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이 역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세월을 낚는 강태공처럼 말이다. 땅 주인은 토지를 미끼로 쓰지만, 나는 세월을 미끼로 낚시를 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자만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저들은 이 바닥에서 나보다 프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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