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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Dec 02. 2022

따뜻한 밥공기 같은 아빠

시골에 카페 짓기6

서울 사는 아이들 집을 이사하는데 짐을 날라주러 갔다. 집을 나서는데 요 며칠 날씨가 추워서 감말랭이가 아주 맛있게 만들어졌다. 추위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꾸덕꾸덕 해진 것이다. 조금 있으면 과메기도 딱 먹기 좋은 철이다. 


아이들이 좁은 방을 전전하다가 LH 전세로 좀 널찍한 집을 얻었다. 아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등갈비며 두루치기 등을 잔뜩 만들었고, 나는 시골에서 가져온 동치미를 싸가지고 갔다. 이삿짐을 옮긴 후 상을 펴놓고 모처럼 집밥을 같이 먹으니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뒷정리는 큰 애한테 맡기고 돌아오는데 배 선생님이 국수역 인근 땅이 좋은 게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180평인데 1억8천이라고 한다. 건네준 주소를 찍고 가보니 마을회관 뒤편으로 한참이나 가는 곳이었다. 이런 자연부락에서는 이미 한번 살아봤던 터라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국수역 인근이 택지개발이 되고 서울-양평고속도로 IC가 생길 거라는 소문이 나면서 요즘 부동산들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개발이 아무리 많이 된다고 해도 내가 찾는 장소는 아니다. 어느 정도 젊은층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외지인들이 많이 통과하는 곳을 찾는 중이다. 


현재로서는 옥천면 일대가 입지적으로 좋은데 땅값이 만만치 않다. 거기다 60평 내외로 소형 토지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느 부동산은 아예 그런 물건 없다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헐, 배가 많이 불렀구만…’ 


집에 와서 저녁 밥맛이 없어서 아내와 고구마를 삶아서 동치미와 함께 먹었다. 어렸을 적 겨울이 오기 전 온 가족이 밭에 가서 고구마를 캐고, 리어커에 가득 싣고 오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린 겨울 물고구마에 꽁꽁 얼은 동치미를 곁들여 먹던 밤이 그립기도 하다. 


아랫목과 윗목의 온도 차가 심하고, 방바닥과 공기의 온도 차가 많이 나는 시골집이었지만 그리 춥다는 생각은 안 했다. 학교에 갔다 오면 어머니가 아랫목 이불 속에 넣어둔 밥 그릇에 발을 대곤 했다. 발바닥에서 전해져 오는 그 따뜻함이 온 몸을 데워주곤 했다. 나도 내 아이들에게 그런 따뜻한 밥공기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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