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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Dec 04. 2022

명동성당의 밤은 낮보다 밝다

시골에 카페 짓기7

명동성당

오늘은 35년 전 신병훈련소에 입대하던 날이다. 그날처럼 아침부터 눈이 내려 제법 쌓였다. 눈보라를 뚫고 논두렁 길을 뛰어갔던 때가 엊그제 같다. 어머니는 동네 모종(정자)까지 나와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계셨다. 


오전에는 눈 덮인 산을 보기 위해 짧은 산행을 했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고, 일부는 숙영 장비까지 메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솔로캠핑을 하기 좋은 포인트를 봐뒀는데 아직까지 실천을 못하고 있다. 봄이 오면 한번 해봐야지…


명동성당 토요미사를 참례하기로 큰 애와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해서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붐비는 전철 안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최불암 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 내 옆자리 아저씨에게 얘기를 하기에 진짜인 줄 알았다. 아주머니 얘기로는 전립선암이 걸렸는데 서울대병원에서 의사 6명이 달라붙어서 두 번에 걸쳐 수술을 했지만 끝내 운명을 하셨다고 한다. 옆자리 아저씨는 “엊그제 ‘한국인의 밥상’ 프로그램을 봤는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고 인터넷 검색을 했지만 사망기사는 올라오지 않았다. 순간 가짜뉴스에 의한 마타도어(흑색선전)가 이렇게 퍼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몹시 불쾌했다. ‘왜 확인도 되지 않는 뉴스를 모르는 사람에게 전달할까’ 참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어둠이 내린 명동성당의 밤은 낮보다 밝았다. 형형색색의 조명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미사를 마치고 양평으로 오는 기차를 검색했는데, 마침 자리가 있어서 ‘웬일이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예매를 했다. 왕십리역에서 환승을 해서 청량리역에 도착해 5번 플랫폼을 찾는데 아무리 봐도 없었다. 


큰 애와 함께 개찰구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헤매다가 결국 기차시간을 놓쳤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승차권을 확인해 보니 아뿔싸! 양평에서 청량리행 열차를 예매한 것이다. 딸한테 구박을 듣고 ‘내가 전에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면서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하긴 세상이 계획대로 착착 움직이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주말에는 날이 추워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주택 짓기 전 과정’이라는 어느 카페의 글을 정리했다. 아내에게 톡으로 보내줬더니 무슨 세금을 이렇게 많이 내냐고 한다. 그래서 돈도 돈이지만 집을 지으려면 건축사만큼 공사과정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해줬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하자를 줄이고 건축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마침 TV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자가 5년 동안 황토집을 혼자 지은 것을 보고, 서두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마땅한 땅을 구하지 못했지만, 좋은 토지가 생길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기로 했다. 1년 안에 생기면 좋지만 늦어져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내일은 큰 애와 함께 참숯가마에 갔다가 돼지갈비를 먹기로 했다. 졸업 후 마음이 조급해 보이는 딸에게도 서두를 것 없다고 해두었다.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삶은 자기의 시간표대로 끌고 가는 것이다. 목표가 분명하면 하루 24시간 중에도 두 번의 기회가 자신이 점 찍은 지점을 통과하게 되어있다. 


나이 오십 중반에 깨달은 바는 이것이고, 내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의 거의 전부다. 자신에게 충실하기, 더 마음을 열고 감사하면서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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