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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Dec 14. 2023

생의 뒷면

생의 뒷면

셔츠 다림질을 해본 사람은

등이 가슴보다 넓다는 것을 안다.

뒷목 덜미에서 한 뼘 아래로 이어진

돌출 부분을 잘 눌러줘야

등이 쭉 펴지고 옷 맵시가 산다.

퇴근 후 와이셔츠 차림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상처 받은 가슴을 다독이려고

스스로 기다란 문고리를 단 것이다.

젖은 와이셔츠 등에 

밤마다 짧은 활주로를 만들고 짓이기면서

아빠는 비로소 아버지가 된다.

비 오는 어느 가을,

논두렁에 꽂힌 삽 위에 걸쳐진 

다 헤진 아버지의 남방이 

빙그레 웃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의 생의 뒷면을 들여다 본 것처럼

반가사유상의 등을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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