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뒷면
셔츠 다림질을 해본 사람은
등이 가슴보다 넓다는 것을 안다.
뒷목 덜미에서 한 뼘 아래로 이어진
돌출 부분을 잘 눌러줘야
등이 쭉 펴지고 옷 맵시가 산다.
퇴근 후 와이셔츠 차림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상처 받은 가슴을 다독이려고
스스로 기다란 문고리를 단 것이다.
젖은 와이셔츠 등에
밤마다 짧은 활주로를 만들고 짓이기면서
아빠는 비로소 아버지가 된다.
비 오는 어느 가을,
논두렁에 꽂힌 삽 위에 걸쳐진
다 헤진 아버지의 남방이
빙그레 웃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의 생의 뒷면을 들여다 본 것처럼
반가사유상의 등을 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