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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Dec 14. 2023

거기 그 등꽃

거기 그 등꽃


서울 가는 호남선 상행 열차를 놓치고 

역사 밖 등나무 벤치에 앉아

은하수에 막 불을 붙일 때 등꽃이 피었다.


이대로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 입영

다음 기차표를 끊으면 2년 교도소행

갓 스무살 청년의 고뇌처럼 등나무는 

제 몸을 꼬아 하늘을 찌르고자 했던가.


그때 처음으로 헤아린 줄기의 무게

누군가를 의지해 닿으려는 허무한 종착역,

애들아, 줄기의 마음을 알아 챈 가지는 이내

하강줄을 밤새 밑으로 내렸단다.


담배보다 진한 꽃향기 터널 

은하수보다 더 촘촘한 연보라 포도송이

그 안에 살포시 걷어올린 새끼버선들


아소님아 땅에 닿지 마소서

아소님아 하늘도 탐하지 마소서

그냥 그대로 유월의 등나무 벤치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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