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파종법
새해부터 눈물바람이다
네가 떠난 날부터 눈물 아닌 날이 없다
눈 오는 날 너는 떠났다
이별의 법칙을 잘 아는 사람처럼
밤새 쌓인 눈으로
지나온 발자국을 다 지우고 갔다.
이틀간 눈이 내리고
다음날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스스로 봉분이 된 너를
끝내 발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이 알프스산맥 중턱에서
5,300년 전 얼음인간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폭설처럼 지면에 내렸다.
겨울산을 내려오는데
온 몸으로 수 천 수 만 획을 그어
눈 속에 빗물로 점점이 박힌
너의 불립문자
과학자들이 알프스 미라의 수정눈물 속에서
소금기를 증명하려고 할 때마다
눈은 퍼붓고 다시 비가 후려치듯
신석기시대 방식으로 너의 소식을 알린 것이다.
봉분 옆 온몸으로 비켜 쓰는 상형문자
사선으로 내리 꽂히는 눈물의 파종법
오천 년 후에야 해제될 우리 사랑의 봉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