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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Jan 06. 2024

눈물 파종법

눈물 파종법


새해부터 눈물바람이다

네가 떠난 날부터 눈물 아닌 날이 없다


눈 오는 날 너는 떠났다

이별의 법칙을 잘 아는 사람처럼

밤새 쌓인 눈으로 

지나온 발자국을 다 지우고 갔다.


이틀간 눈이 내리고

다음날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스스로 봉분이 된 너를 

끝내 발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이 알프스산맥 중턱에서 

5,300년 전 얼음인간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폭설처럼 지면에 내렸다.


겨울산을 내려오는데

온 몸으로 수 천 수 만 획을 그어

눈 속에 빗물로 점점이 박힌 

너의 불립문자


과학자들이 알프스 미라의 수정눈물 속에서

소금기를 증명하려고 할 때마다

눈은 퍼붓고 다시 비가 후려치듯

신석기시대 방식으로 너의 소식을 알린 것이다.


봉분 옆 온몸으로 비켜 쓰는 상형문자

사선으로 내리 꽂히는 눈물의 파종법

오천 년 후에야 해제될 우리 사랑의 봉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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