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농사
꽃 진 자리에 다시
새싹 돋는다면 나무는 저리
울울창창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낫이 다가오자 벼가
온몸을 내어주는 이유는
한 줌 그루터기로 작아져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이 가려울 때
아내에게 긁어달라고 하지만
긁을수록 가려움의 진원지는 멀어져간다
긁어도 긁어도 번지는 내 안의 상처여
싸락눈 긋는 소리에 붉은머리오목눈이
화살나무 주변을 부지런히 오간다
오매나 눈 속에 드러나는 빨간열매들
세상 모든 과실은 사리처럼
소멸 속에서 싹을 틔우나니
상처난 자리에 씨 뿌려달라고
겨울논은 저렇게 봉두난발 아우성이다
한밤중 속이 쓰릴 때마다
이마를 쓰다듬는 버릇이 생겼다
심안이 있었다던 그 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