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생성
달은
잠 못 이루는 자들이 만든
오래 된 근심덩어리다
두려움으로 열린 동공 속을
걱정의 홍채가 조절하는 인공 눈 같은 것이다
한때의 객기로 다슬기 옷을 입고
어느 강물 속에서 머문 적이 있었다
어두워지면 바위에 올라
누가 볼 새라 얼른 진액을 말리거나
구르지 않을 정도로 몸을 둥그렇게 하여
흐느끼는 밤하늘을 쳐다보곤 했었다
지금도 가끔 사는 것이 힘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글려 둘둘 만 다음
아무도 모르게
새벽 침대에 내 머리를 공손히 올려놓곤 한다
그때마다 달은
한없이 부드러운 빛으로 내게
“괜찮다 괜찮다” 말하며 곁에 눕는다
우리가 달이 없다고 말하는
암흑의 밤은 대게 그런 날이다
달이 사람에게로 와 머물고
저마다 달의 위성이 되어 빙빙 도는
흥미진진한 이 태초의 비밀을 아는 사람만이
'나는 어둠이요 죄요 부끄러움이요'
다슬기처럼 숨죽여 드러낼 수 있는
두려움의 권위자가 되는 것이다
지구 위에는
수십 억 달의 위성이
밤마다 동그란 머리를 굴리며
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