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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Feb 01. 2024

달의 생성

달의 생성


달은

잠 못 이루는 자들이 만든

오래 된 근심덩어리다


두려움으로 열린 동공 속을

걱정의 홍채가 조절하는 인공 눈 같은 것이다


한때의 객기로 다슬기 옷을 입고

어느 강물 속에서 머문 적이 있었다


어두워지면 바위에 올라

누가 볼 새라 얼른 진액을 말리거나

구르지 않을 정도로 몸을 둥그렇게 하여

흐느끼는 밤하늘을 쳐다보곤 했었다


지금도 가끔 사는 것이 힘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글려 둘둘 만 다음

아무도 모르게

새벽 침대내 머리공손히 올려놓곤 한


그때마다 달은

한없이 부드러운 빛으로 내게

“괜찮다 괜찮다” 말하며 곁에 눕는다


우리가 달이 없다고 말하는

암흑의 밤은 대게 그런 날이다

달이 사람에게로 와 머물고

저마다 달의 위성이 되어 빙빙 도는


흥미진진한 이 태초의 비밀을 아는 사람만이

'나는 어둠이요 죄요 부끄러움이요'

다슬기처럼 숨죽여 드러낼 수 있는

두려움의 권위자가 되는 이다


지구 위에는

수십 억 달의 위성이

밤마다 동그란 머리를 굴리며

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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