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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niyo May 02. 2021

로망과 현실 사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는 법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코딩을 배워서 개발자로 억대 연봉을 받는 것? 유튜브, 인스타 등을 활용하여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 다 부럽긴 하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잘 산다'는 건 예전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그저 건강하게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 이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한 줄기, 에그 태그(Agriculture + Technology) 회사인, 스마트팜 회사에 다닌다. 배신감이 든다고? 속는 셈 치고 내 얘기 한 번 끝까지 들어봐 주면 좋겠다. 누구든 다 가능한 일이니까.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탄 평범한 대학생.


나의 장점은 꽂히면 찌르고 본다. 대학교 4학년 2학기이던 작년, 난 스마트팜에 꽂혔다. 그래서 스마트팜 회사에 다짜고짜 전화하여 일하게 해달라고 생떼?를 부렸다. 좀 성의 있는 생떼로 보이기 위해 자소서도 열심히 쓰고, 나름의 포트폴리오도 정성껏 준비했다. 이제 막 취업전선에 뛰어든 시기다 보니 열심히 썼다고 해봐야 빈틈 투성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 패기를 좋게 봐준 것인지, 회사는 내게 선뜻 한 자리 내어주었다. 자리도 꽤 널찍했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난이 최고조인 이 시점에 운 좋게도 졸업 전에 직장인이 되었다. 그것도 4차 산업혁명의 큰 줄기인 스마트팜 회사에 말이다.


스마트팜에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나만의 로망(낭만)

* 낭만: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대학교 4학년 때, 나에 대한 이미지는 공부 잘하는 선배, 고스펙 선배였다. 재수 없을 수 있는데 현실은 썩 그렇지 않았으니 조금 덜 재수 없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마트팜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는지 말해주고자 한다. 로망을 품고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나랑 맞지 않는 전공, 일주일마다 쌓여가는 과제, 다닌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들이닥치는 시험기간. 그리고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한 학기. 대학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그런데 대학을 탓하면서 나 스스로를 탓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하지 않았다는 걸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애초에 낭만의 전제조건이 현실에 매이지 않는 것인데, 철저히 현실에 매여 있으면서 낭만을 꿈꿨다니. 현실 한탄만 하다간 내 삶의 낭만은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현실이란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무턱대로 많은 시도들을 했다. 분명한 길을 정하고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는 그저 현실에서 벗어나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고 많은 발버둥을 쳤던 거 같다. 내 과에 대한 울타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얍삽한 간절함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1년을 휴학하고 SK뉴스쿨에서 F&B 서비스학과를 졸업할 수 있었으며 더불어 와인, 커피, 칵테일 자격증도 따게 되었다. SK뉴스쿨 졸업 후엔 별 수 없이(?) 다시 학교로 돌아갔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의 발버둥을 많이 쳤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학교 홍보팀에서 3년간 활동하며 회장도 해보고, 1인 푸드 마케팅 회사인 테이스티코리아에서도 에디터로서의 경험을 쌓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더라면 이런 경험들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법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취업을 위해서 학점이 중요하다는 앞선 걱정들로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런 걱정들을 조금 옆으로 제쳐두고 살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학점이 좋지도 않은데 공부 잘하는 선배 이미지가 생겼고, 일관된 경험들을 한 건 아니지만, 고스펙 선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쌓여 어느덧 비전 좋은 스마트팜 회사에서 사업기획팀으로 어엿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한 게 사업기획을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나 뭐라나.


평범한 직장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는 법


지금 난 회사에 입사한 지 6개월이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회사생활 6개월 동안 회사에 많이 적응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 드는 생각은  회사가 나에게 부여하는 일 외에 나만의 로망을 쫓는 일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분명 회사에서 내게 요구하는 게 작지 않다. 그 일들을 해내기에 내 능력이 얼마나 충분한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일에 함몰되는 순간 평범한 직장인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 때 학점에만 집중했더라면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일로도 벅차기는 하지만, 이 현실 너머에 내가 꿈꾸는 로망이 있다면 조금 더 뻘짓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현실과 로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주춤하면서도 어떤 방향으로든 내일의 발걸음을 내딛는 나 자신이 내 삶의 로망을 이뤄나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나를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게 해주지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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