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wniyo May 23. 2021

비전 좋은 중소기업 VS 복지 좋은 대기업

비전 좋은 중소기업과 복지 좋은 대기업에 갈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내 결과부터 말하자면 난 비전 좋은 중소기업을 택했다.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할 당시, 식품업계에 부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심상치 않음을 느껴 가장 큰 2 축인 대체 고기, 스마트팜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스마트팜 회사에 입사하여 반년 넘게 일하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들 말한다. 입사 3개월에 고비가 한 번 찾아오고, 6개월에 2번째 고비가 찾아온다고. 입사 3개월이 되던 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고비의 징조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아 난 남들과 다르다고 자부하며 잊고 지내다 보니 입사 6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흡사 2배에 가까운 고비가 찾아왔다.


고비에 대한 고찰,

고비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내가 느끼지 못했던 3개월의 고비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6개월의 고비 사이엔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 것일까, 내 마음이 나란 사람을 너무 잘 아는 탓인 걸까, 내 마음이 나에게 심리전을 걸어올 때면 무방비 상태로 당하곤 한다. 고비란, 고작 해봐야 자그마한 일일 수 있으나, 한편으론 내 마음이 고심해서 나에게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 비상구를 만들어 놨다면 다행이지만, 인생에 비상구란 쉽사리 존재하지 않기에 배수진을 치고 고민을 해 볼 수밖에.


주변에선 말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한다. 비전도 좋지만, 갈 수 있으면 대기업에 가라. 대기업에 가서 경력을 쌓고 높은 직급으로 중소기업에 가는 전략을 세워라. 또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조언한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오래간다. 나름의 열정을 지니고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종종 던진다. 내 열정은 100% 순수한 열정일까. 1%라도 두려운 마음, 부러운 마음이 있다면 이 열정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어쩌면 내 고비의 시작은 이 1%의 작은 의구심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누구에게나 휴식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낮과 밤이 필요하다. 낮에 왕성하게 일 했다면, 푹 쉴 수 있는 밤이 필요하다. 수직농장에도 낮과 밤이 필요하다. 수직농장을 볼 때면 항상 밝은 LED 조명 아래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보게 된다. 수직농장(버티컬팜)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차단되어 식물이 자라기 좋은 최적의 환경으로 바람, 온도, 습도 그리고 빛(LED)이 조절된다. 그런데 내가 지난 6개월 동안 오해했던 게 있는데, 식물농장의 LED 빛이 24시간 항상 식물에 비추고 있을 거란 오해였다. 새벽이 되면 LED 등은 점멸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새벽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이 있어 우연히 불 꺼진 식물농장을 봤다. 이전엔 항상 낮에만 보다 보니, 밤에 식물이 깊이 잠들 수 있도록 빛이 자동으로 꺼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쩌면 나에게도 밤이 필요했는데 설렘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밤잠을 설쳤나 보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살아있는 모든 것엔 휴식이 필요하다. 우리 마음속 석연치 않은 두려움, 의구심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깊은 밤, 긴 호흡으로 조금이나마 멀리 밀어낼 수 있다면, 내일의 삶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비전 있는 회사에 입사한 거지, 중소기업에 입사한 게 아니야!

나는 중소기업에 입사한 게 아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비전 있는 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주변의 객관적인 시선은 그렇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반대로 누군가는 내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다는 것. 누군가의 험담에 주눅 들 필요도, 누군가의 격려에 어깨를 으쓱할 필요도 없다. 내가 흔들렸던 게 주변의 상반된 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의 시선들 때문이 아니었을 수 있다. 우리 회사에 씌었던 콩깍지가 벗겨질 때가 되어 자연스러운 권태기가 온 것일 뿐.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면,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내 앞에 주어진 길을 내 속도로 나아가는 것. 콩깍지가 벗겨진, 101%의 열정에서 1%가 사라진, 100% 온전한 상태로 돌아온 내가 고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뿐이지 않을까. 그래도 조금 다행인 것이.. 그 현실이 조금은 긍정적이란 사실이다.



작가의 이전글 로망과 현실 사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