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서 나는 참기 힘든 소외감과 외로움 같은 걸 느꼈다. 여기는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들이 매일같이 삶을 일구어 나가고, 기쁨을 나누고, 때론 슬퍼하거나 절망하는 그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 속해 있지 않았다. 문득 내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삶은 언제까지고 그들의 친구, 가족, 연인 속에서 이어질 것이었고, 반면 내게는 그런 삶이 언제까지고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가, 내 삶이 묻어 있고, 내가 속해 있던 그 모든 흔적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 그건 오사카성이나 오타루 오르골당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된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그것은 내가 원래 살던 곳에서 떠나 타지를 걸으며 처음으로 발견한 ‘삶’이었다. 세상 모든 곳, 어디에나 삶이 있었다. 그리고 내게도 삶이 있었다. 아마 그 삶이라는 것은 내가 살아왔던 ‘현실’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나는 내 몸에 삶이 내려앉는 걸 느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며 느끼고 있는 이 낯선 외로움 역시 내 삶에 속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누구의 것도 아닌 고유한 나만의 삶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절절히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