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하남 2월호, 풍물패 한마당
올해 초 부터 하남시《청정하남》에 몇 번 글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
하남시는 '별자리 학습공간'이라는 멋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의뢰 받았던 원고 대부분이 이 학습공간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별자리 학습공간'은 기존에 한정된 목적으로만 사용되던 사업장이나 극장, 동호회 모임 장소 등을 다른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일종의 공간 쉐어링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고, 기꺼이 자신의 공간을 열고,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멋져 보였다.
첫번째 방문지는 오래된 풍물패의 연습공간이었다. 오랫동안 하남에서 활동해온 '한마당' 풍물패 공간에는 손때 묻은 악기가 가득 쌓여 있었고, 뜨끈한 보일러가 돌아가는 바닥이 정겨웠다.
아래 글은 풍물패 한마당을 소개하는 글이다. 그날의 감성과 기억들을 담았다.
문을 열고 한 발 들어서자마자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발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온기에 굳어있던 몸이 절로 녹는다. 빛나는 학습공간 풍물패 한마당은 밖에서 두르고 온 걱정과 근심을 훨훨 풀고, 따뜻한 방에 모여 앉아 서로의 삶을 나누며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에 완벽한 공간이다.
풍물패 한마당은 고골사거리의 광주향교 대각선 자리에 위치한다. 작은 벽돌 건물의 1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밖에서는 별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방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을 열고 한 발 들여놓으면 그 순간부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보일러가 뜨끈하게 돌아가는 방바닥, 북과 장구 등 사물이 정갈히 쌓여있는 진열대, 온 벽을 꼼꼼히 두르고 있는 방음 솜까지. 공간의 성격이 한눈에 명확히 보인다.
이곳을 오랫동안 사용해온 사람들은 공간과 같은 이름을 가진 ‘풍물패 한마당(이하 한마당)’이다.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한마당이 지금의 공간을 사용해온 지도 벌써 15년 정도가 됐다.
오랜 시간 한마당만 사용해온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하남시의 빛나는 학습공간으로써 보다 많은 시민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멋진 아지트가 되었다. 지금은 한마당 외에도 다른 풍물팀 한 팀과 민요팀, 태평소팀 등이 사용하고 있으며 시민들을 위한 명상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이 우리 가락을 다루는 모임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공간이 가진 특징 덕분이다. 앉아 있기 좋은 따뜻한 바닥, 울림이 큰 악기를 다뤄도 귀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방음 솜을 두른 벽, 그리고 주택가가 별로 없는 주변 여건까지. 사물이나 모둠북 등 소리가 큰 여러 악기를 다루기에 이보다 좋은 공간이 없다.
공간의 터줏대감인 한마당은 그동안 검단산이나 이성산성에서의 1월 1일 해맞이 굿, 2월 대보름 지신밟기 행사, 삼일절 행사, 하남시청 어린이날 행사, 8·15 행사 등 중요한 절기나 기념일마다 늘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며 풍물을 연주하고 복을 빌었다. 하남시 나무고아원 힐링숲 축제에도 매년 참여하고 있다.
한마당이 자신들의 공간을 하남시 시민들을 위해 기꺼이 제공한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동시에 그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마당의 신수환 대표는 공간에 찾아온 변화가 달갑다.
“언제부턴가 풍물패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해서 안타까웠는데, 빛나는 학습공간으로 선정된 뒤 공간이 알려지면서 풍물패 활동도 홍보가 됐고 다른 여러 팀도 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돼서 참 좋습니다.”
신 대표는 풍물패 한마당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음을 강조한다.
팀별 연습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일반 개인이 이용하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풍물패 등 모임에 들어가면 마음껏 공간을 누리고 가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든 우리 가락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장애가 있으셔도, 나이가 어리거나 많아도 상관없어요. 같이 즐기고 활동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풍물이나 모둠북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람도 걱정 없다. 처음부터 배워가며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공간 내에 공용 악기가 비치되어 있어서 무료로 대여해 쓸 수 있다.
모두 함께 우리 가락을 즐기고 삶을 나누는 공간, 풍물패 한마당도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등의 이유로 모임들이 대폭 축소된 까닭이다.
풍물패 한마당에서 이뤄지던 활동 대부분이 악기를 다루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기능적인 연습을 필요로 하기에 타격이 더 컸다.
“모임이 힘들어지면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명상반은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태평소 팀도 사실상 거의 모이지 못하고 있죠. 한마당도 단체 연습을 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지금은 개별 연습하실 분만 오시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신 회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여전히 정성 들여 공간을 유지하며 사람들이 다시 모일 날을 기다리고 있다. 모임과 동아리 활동이 가지는 특별함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사회생활에 치이며 속앓이를 합니다. 그럴 때 속을 털어놓으며 스트레스 풀 곳이 필요하죠.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과 상관없는 활동을 하며 삶을 나누는, 일종의 정신적 휴식처가 필요합니다. 저는 풍물패 한마당이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 회장은 풍물패 한마당이 모두의 공간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제가 대표를 맡고 있긴 하지만, 이곳이 저만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빛나는 학습공간으로 선정된 뒤 여러 사람이 여기서 함께 어울려왔죠. 그러니 모두와 함께 가꾸고 사용해 나갈 ‘우리’ 공간입니다.”
머지않은 언젠가, 여러 사람이 다시 함께 어울리며 우리 가락의 재미와 치유 효과를 누릴 수 있길. 신 회장과 풍물패 한마당은 오늘도 함께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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