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효과
일전에 첫인상에 대한 글을 쓰면서
시각 > 청각
순으로 첫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다 생각했다.
처음 누군갈 만날 때면 상대방이 걸어오며 거리가 가까워지고 인사말을 건네는 게 연상될 것이다. 따라서 눈으로 가장 먼저 접하게 되고 인사할 때 목소리를 듣게 되니 상대적으로 형태가 있는 시각이 청각에 비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연스레 그 사람의 향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 만약 비즈니스로 만난다면 악수를 하며 그 사람 손의 악력이나 손의 거칠고 부드러운 정도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악수나 스킨십이 없는 경우도 있고 먹거리를 함께 하지 않을 때도 있으니
첫인상은
시각 > 청각 > 후각 > 촉각, 미각
의 수순이 된 게 아닐까 싶었다. 굳이 첫인상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만날 때면 저 순서로 인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설렘’
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사실 설렘의 원형인‘설레다’는
“세 밤만 더 자면 놀이 공원에 간다!”
하면서 그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느꼈던 감정이다. 사전적 의미도 딱 저 느낌처럼 ‘마음이 들뜨고 두근거리고 가라앉지 않음’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렇다면
마음이 들 뜰만큼 연상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기억에 남는 무언가 일 때 ‘설렘’을 느끼고 또 줄 수도 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오감을 놓고 ‘설렘’과의 연결고리를 조사했지만 알맞은 건 없었다.
시각적으로
가장 쉬운 방법이 남성미나 여성미를 강조하는 노출인데, 이건 설렘 보단 ‘자극’에 가까웠다. 옷차림과 노출에 관련한 연구들은 신체부위를 어느 정도 노출했을 때 보는 이의 감정이나 시선의 집중도를 조사한 것이어서 ‘설렘’을 뒷받침할 자료로 쓰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미각
은 맛있는 걸 계속 사줄 수 있는 여유가 되거나 근사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한 ‘설렘’과는 연결하긴 어려웠다.
촉각
에 경우는 스킨십으로 볼 수 있는데,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기면 이건 오히려 역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각
도 미각과 비슷하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일부 몇몇을 제외하곤 보통의 우리가 줄 수 있는 설렘이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향수에서 ‘설렘’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
그건 일루미넘사에서 만든 95%라는 이름의 셰프 콜라보레이션 향수였다. 셰프랑 향수라니 좀 엉뚱하다 싶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의 미각은 사실 후각이 95%를 차지할 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예전에 이 연복 셰프님이 코질환으로 수술을 한 후 음식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사실 오감이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했었다. TV에서 라면 먹는 걸 보면 갑자기 입맛을 다시게 되고 라면이 먹고 싶어 지니깐 말이다.
하지만
한 감각이 다른 감각 기능의 95%를 차지한다는 건 좀 놀라웠다. 그래서 후각이란 감각의 파워를 조사하게 됐고 ‘향기’가 설렘을 위한 감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향기가 설렘과
연결고리가 되는 건 후각의 ‘프루스트 효과’ 때문이다.
소설가 프루스트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자 어린 시절 먹었던 고향과 마들렌의 향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향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되었다.
그다음부터
향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다. 프루스트 효과의 권위자인 레이첼 헤르츠 박사는 뇌의 변연계가 후각 부분의 조직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변연계는‘본능의 자리’라고도 하는데 식욕이나 성욕 같은 욕구 행동, 정서 상태 조절, 후각 정보처리, 정서적 기억 저장 등의 기능을 한다.
그러다 보니 후각은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능력에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박사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요리 냄새나 집안에서 나던 향기 같은 것들이 없다면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한 코의 냄새 신경세포는
뇌 변연계에 속 편도체와 해마와 연결되어 있다. 편도체는 동기나 감정 등을 처리하고 해마는 연상, 기억, 감정 행동 조절들을 처리한다고 한다. (다른 감각은 이런 부위와 연관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코로 맞은 향기는 후각을 자극해서 감정과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시각과 청각도 기억을 연상시키는 훌륭한 감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감각이 2가지일 때보단 3가지가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향기는
향수처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으며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향기가 설렘을 주고 기억할 만큼 아련하고 강할까만 알 수 있다면 10세부터 100세까지 쓸 수 있는 '설렘'의 감각 아이템일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서치 중에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라는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글귀를 프루스트 효과에 인용한 것을 보았다. 페로몬 같은 강한 향을 알아보던 중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좀 더 깊게 생각을 해보니
비누향만큼 추억과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향이 있을까 싶었다.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면서 비누향이 나는 남자가 있었는가를 떠올려봤지만 쉽사리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향수도 매력적지만..
‘비누향이 나는 남자’
만큼 신선하진 않았다. 보편적이고 연상되는 느낌이지만 그런 향이 나는 사람에겐 왠지 설렐 것 같다.
이런‘설렘’을 피어오르게 할 지극히 보편적이지만 늘 매력적인 향기와 제품을 표로 정리해보았다.
이 표의 향기 나 후각이
주는 ‘설렘’이 엄청난 비법은 아니다. 하지만 설레게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런 향으로 나를 각인시킨다면 차곡차곡 쌓여 소설가 프루스트의 마들렌 같은 효과를 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만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니다.
익숙하지만 한결같음에도 무의식적인 기대를 하게 되고 매력을 느낀다.
그런 ‘설렘’으로 은은하게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네 의복을
항상 희게 하며
너 머리에
향 기름을 그치지 않게
할지니라
- 전도서 9장 8절 -
'자존감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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