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서 외모 때문에 작아지는 우리들

시라노의 깃털 같은 자존감

by Off the record





몇 해 전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보며


“내 사랑을 누군가 저렇게 도와주면 좋지 않을까.”


란 생각을 했었다.

우연히

영화 제목의 ‘시라노’가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라는 17세기 실존인물을 에드몽 로스탕이 착안해서 쓴 희극이란 걸 알게 됐다.


희극 속 시라노는

아름다운 시를 읊을 줄도 알고, 생명의 위협 속에도 친구를 구하러 모자의 깃털이 휘날리게 달려갈 줄도 아는 검객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단 하나의 단점이자 콤플렉스가 있었으니

바로 못생긴 코였다. 그의 희극을 보면




“그런 코쟁이를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죠.

이렇게 외치지 않고는.


‘오 정말이지 너무 크군!’

그리곤 웃으며 말하지요.


‘좀 잘라 내야겠네..’”




라고 시라노의 코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긍지와 생각은 그 어느 미남자의 코보다 아름다웠다.






내가 가진 우아함은 정신적인 것이오.

(중략)


나라면 게을러

깨끗이 씻지 않은 이마, 눈가에 아직 잠이 매달린 몽롱한 의식,

구겨진 명예, 거덜 난 양심으로 외출하진 않을 거요.


번쩍이는 것은 아무것도 달지 않았지만

난 독립심과 솔직함을 장식 삼아 당당하게 걷소.


내가 코르셋으로 꼿꼿이 세우는 것은

늘씬한 허리가 아니라

내 영혼이오.


- ‘희극 시라노’ 속 시라노의 대사 中 -






하지만

이런 시라노의 마음도 짝사랑하던 아름다운 ‘록산’앞에서는 외모 때문에 주저앉고 말았었다.


대신 그녀 앞에 나타난 미남자 크리스티앙의 러브레터를 대필해주고, 세레나데를 불러주었다.

심지어 그와 함께 전장에 가서도 시라노는 적군을 가로질러 그녀에게 크리스티앙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냈었다. 결국 크리스티앙은

진실을 밝히고 록산에게 선택하게 하자라고 시라노에게 말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는 전사하고 그녀는 수녀원에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14년 동안 시라노는

록산을 찾아가서 벗이 되어 주었지만 러브레터를 쓴 게 자신이라고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한 사람은

편지 속 시라노란 걸 크리스티앙이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끝에 가서

러브레터를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읽어 내려가는 시라노를 보며 록산은 글쓴이가 그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큰 부상을 입고 그녀를 보러 왔던 시라노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만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해와 달의 사랑처럼 그렇게 시라노와 록산의 사랑은 이루지 못한 채 끝이 나고 말았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건

오로지 당신의 영혼뿐이에요.

(중략)


오로지 잠시 머무는 외모 때문에 사랑받는 것은

고귀한 사랑의 마음을 고문에 빠뜨릴 테니까요.


하지만 그 소중한 마음이 얼굴을 지워 버렸어요.

처음에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당신의 아름다움을 더 잘 볼 수 있게 된 지금..

더는 보이지 않아요.



- ‘희극 시라노’ 속 록산의 대사 中 -


록산이 크리스티앙에게 외모가 아닌 마음을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하는대사로

그녀가 결국 사랑한 건 시라노였다는 걸 증명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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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시라노의 못생긴 코 같은

콤플렉스를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을까?”



우리도 사랑 앞에서

이렇게 시라노처럼 외모 때문에 작아지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시라노가

그랬듯이 우리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기회조차 상대방에게 주지 않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얼굴이나 몸매 때문

남자건 여자건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 자신감이 추락하게 되는 게

보통의 우리이다.





그래서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처럼

약간의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어차피 옷은 도구이며 우리 모두 삶이란 무대 위의 주인공들이니깐 말이다.





혼감(혼자 관리하는 자존감)을

지향하는 만큼 표와 예를 보고 쉽게 빈칸 넣기처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설렘이란

매력과 스타일링으로


사랑과 사람 앞에

시라노처럼 주눅 든 자신감과 자존감이 ‘파나슈(panache)’처럼 위풍당당해질 수 있길 바란다.



여기서 파나슈(panache)는 시라노의 마지막 대사인

“모 파나슈(Mon panache)
- 신에게 갈 때에도 들고 갈 것은 나의 장식 깃털.”

에서 가져왔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이 대사는 영어 사전에도 기재되어 현재는‘위풍당당’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자존감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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