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모두를 위한 패션 인문학
사진출처 - http://fromyourdesks.com/2010/10/21/dan-wagstaff/
라고 새로 온 부장님이 그러더라 .."
시끄러운 대화 도중에 귀가 뻔뜩이는 말이었다.
이 김대리는 한때 어울리던 무리 중 한명이었는데
회사 부장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토하듯이 쏟아내었다.
사실 그 김대리네 부서는 당시
회사에 몇천억대의 손실을 끼치고 공중분해되었다고 한다.
책임이 있던 과장급 이상은 모두 옷을 벗어야 했다.
딱히 책임을 묻기 애매한 직책인 김대리만 남기고 말이다.
그리고 김대리네 부서는 새로운 사람들로 재배치 되었다고 한다.
김대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대리는 좀비처럼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몇년을 프로젝트를 하면서 동고동락한 사람들 중 혼자 살아남았다는 묘한 죄책감과 무능력하다는 생각으로 자존심도 자존감도 바닥을 쳤다고 한다.
그때 당시 김대리가 속한 부서로
재배치 된 부장님 중 한명은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을 반복하며 임원감으로 점쳐지던 분이라고한다.
새로온 부장님이
좀비처럼 집으로 향하던 김대리를 불러 술을 한잔 사주면서 이러더 라는 것이다.
(이 부장님이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늘 하신다고 전해들었기에 그대로 기억을 더듬어서 쓴다)
김대리 - 네 ?
부장님 - 김대리는 출근해서 일 시작할 때
자켓부터 벗어놓고 하죠 ?
김대리 - 네 자켓을 의자에 걸쳐놓고 일을 시작합니다.
부장님 - 자켓 벗어놓을 때, 그때 김대리 자존심도
같이 벗어두라고요.
김대리 - 네 .. ?
부장님 - 회사는 아무리 김대리가 맞고, 잘 했어도
일이 어그럴 질 때가 있어요.
그걸로 자존심에 상처 받지 말라고요.
또 김대리가 평이하게 해도 다들 사람들 덕에
잘 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도 자존심 세워 우쭐하지도 말고요.
인간 김대리 자존심은
자켓 벗어놓을 때 같이 벗고
퇴근하며 자켓 입을 때
자존심입고 퇴근해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지킬 자존심이
있어야 가능한데 매일매일 상처 받으면
자존심이 남아나질 않거든요.
그러니까
몇년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책을 준비하면서
꼭 넣어야지 했던 이야기이다.
사실 자존심이란 단어는 마치 고집처럼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편인데..
어째서 저 유능하다는 부장님은
자존감이 아니라 자존심이라고 했을까?란 딴지 아닌 딴지를 글을 쓰면서 걸게 되었다.
그리고 몇가지 리서치 후 그가 아주 스마트할 뿐만 아니라
처세에 능한 인문학도란 생각이 들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자신감과 자존감의 영어 표현은 모두
"self-esteem"
이다.
객관적으로 지식분야에서 pride가 자존심이
아니라 Self-esteem이 자존심이라니
이상하다 싶어서 검색을 계속 하다가
나같은 사람을 위한 글을 발견했다.
자존감과 자존심. 비슷하게 생겨서, 비슷하게 쓰이는 두 단어가 있다. 하지만 본질은 판이하다.
'자존감(Self-esteem)'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에 반해 '자존심(Self-esteem)'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존중받고자 하는 마음이다.
(중략)
자존심은
타인과의 경쟁관계 안에서 규정되며,
자존감은
경쟁관계 바깥에 있다.
(박희정, 「효리의 나이듦이 반가운 이유」, 『피디저널』, 2012년 5월 7일)
저 스마트한 부장님은
경쟁에서 지더라도 자켓을 벗을 때
자존심을 벗어놓아 버릇하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거 였다.
조지프 드비토
본디 자켓은
슈미즈(셔츠)라 불리는 속옷 위에 입는
가슴을 덮는 상의에서 출발했다.
*** 셔츠는 원래 속옷이었다.
속옷이 인간 자체의 존엄성을 지키는 옷이라면
그 위에 입는 자켓이 자존심이라는데
수긍이 가게 된다.
더욱이 가슴 즉 심장을 덮어 우리를 보호하는 면도 있으니 자켓은 자존심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들어 자존심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려고 시작한 스타트업, 창업이 스스로를 갉아먹어 가는게 눈에 보인다.
비지니스의 특성상 일과 인간 '나'의 존재가 동일시
되어버리다 보니 어려움이 닥치거나 실패 했을 때 그들의 자존심이 상처 받는 건 불보듯 뻔하다.
'나'라는 사람의 능력을 계속해서 증명해야만 하는 회사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조직만 남게 된다. 그런 조직에 타격이 가해지거나 무너질 때,
그들의 상실감은
개개인의 자존심마저 깡그리 짓밟아놓게 된다.
나라는 이름조차 없어진 여자들은 또 어떤가 ?
누구 엄마, 어디어디댁, 아줌마로
불리는 이들은
당연한 듯 한 희생과 사랑에
출산과 경력 단절 그리고 갱년기를 앓으며
점점 자존심이 그 빛을 잃어가곤 한다.
감히 말해본다.
김대리님도 김대표님도 김여사님도
오늘부터 연습하자고 말이다.
(출근인지 퇴근인지 알 수 없는 일상의 연속이더라도..)
사진출처 - http://fromyourdesks.com/2010/10/21/dan-wagstaff/
(앞치마 벗고 주방 퇴근하고 나선 온전히)
지아니 베르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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