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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ff the record Sep 01. 2016

오늘 당신의 옷에는 어떤 삶의 추가 달려있나요?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살기 위하여






사람이 입는

에는 

저마다 다른 삶의 추가 리는 것 같다.

사실 요즘은 '추'를 보기 어려워져서 '추'라는 단어 자체가 낮설 것 같다.






kg 표시가 된 추와 저울





추는 사진 속 오래된 저울처럼

한쪽에 무게를 재고 싶은 물건을 올려두고

다른 한쪽에는 계량된 무게추를 올려 수평을

맞춰 무게를 재던 기구이다.




삶의 추가 달린

저마다의 옷이란 이 괘변같은 이야기는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에서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흐린 그날의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





그때 만났던 작품의 이름과 작가명을 적은 캡션을 당시에도 찾지 못했기에.. 부끄럽지만,

작품의 이름도 작가명도 모르는 작품을 소개하게 되었다.

굳이 이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보는 이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듯한 작품기 때문이다.

( 물론 이건 개인적 견해이다 )





*** 직접 찍은 사진이나 작품을 찍은 것이기에

혹시라도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미술작품에 대한 느낌은 온전히 보이는 이의 몫입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작품이 떠올리게 해준 이미지나 이야기를 말하고자 작품 이미지를 첨부하였습니다.


작품이나 작가의 의도를 임의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니 노여워 마시고 읽어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1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에서

남루한 코트 앞단 끝에 작은 망치, 그리고

한쪽 소매 끝에는 추가 달려 있던 작품이다.









보는 눈이 시간이 흘러 달라졌는지..

이 작품을

사진으로 다시 마주하니,

오늘은 달라질꺼야를 매번 외치지만 변하지 못하는 '익숙함의 노예'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탈피해야지 하면서도

도전을 주저하는 모습

작은 망치모양 추에 투영되어서 저 코트에 달려 있는 것 같았다.


걸을 때마다 저 코트 앞자락의 달린 망치가

다리를 휘감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게 했 것 같다.


어찌보면 다 변명같지만..

탓하기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변화를 실행에 옮기려

결정하는게 왜 이리도 힘든 건지 모르겠다.





결정 그 자체

가운데

결정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방책을 포함할 것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에도

결정은 어려운 행동이었나보다. 그 결정을 실천으로 옮기는 방책을 만들라는 말을 했으니 말이다.


변화는 쉽지않다.

변화는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실천을 위한 방책'을 세우는 시간이 가지면 추가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 2


이 작품을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다른 느낌이었다. 10대시절 들은 슬픈 이야기에 사로잡힐 정도 꼭 맞아떨어지는 작품이었다.




당시는 IMF로 한국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한인 이민자들의 피해가 커져 가던 시점이었다.


그 시절 그곳 한인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그 도시 유지이던 아저씨가 IMF여파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데다가 사기까지 당해 몸싸움을 하다 흉기로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사건이 있었다.

(흉기가 망치같은 공구라고 들었었다)


그 아저씨에게는 20대 중반의 딸이 하나 있다고 했다. 아주머니들은 매일 수근거렸는데 내용은 하나였다.

그 집 딸 어쩌냐고..

이제 시집은  못가겠다고 말이다.









다시 이 작품을 마주하니

그냥 그 아저씨가 가장의 무게를 이겨내다 못해 초례한 불행이

저 코트 한벌에 망치와 추로 달려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참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후에

아저씨의 딸은 남자에게 사랑 받으며

누군가의 딸로 치부되지 않고

온전히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




시간이 약이란 말은 너무 잔인하다.

슬픈 시간은

더디게 흐르기 때문이다.




IMF가 이제는 잊혀진 일 같지만

아직도 그때 드리워진 삶의 추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녀와 그녀 아버지의

삶의 추가 조금이라도 덜어내졌기를 바래본다.











# 3


먹먹해진 기분으로 과거에서 헤어나와

 4벌의 옷이 연작처럼 놓여진 곳 앞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마주한

바지밑단에 큰 쇳덩어리 추가 기워진

 한벌인 작품이 있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자니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가장으로 또 따스한 모성으로 후퇴할 수 없는

매일매일을 보내는 그 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란 생각이 들었다.

출근할 때 입어야만 하는 그 옷이 얼마나

무거울까 하고 말이다.


혹시 내가 아직 어린애처럼

부모님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도 흠칫들었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를 보면

자식을 하나 낳아서 기른다는 것의

삶의 무게는..


저 옷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일 것 같다.


우리가 다 모질고 나쁜 사람이라서

아이를 안 낳는게 아닌데..

바지에 달린 추를 덜어 줄

방책이 하루 빨리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


우리 부모님도

예비 엄마 아빠들의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질텐데 말이다.












# 4


글을 쓰기위해 사진을 보던 중

바지단과 비슷하게

소매에 많은 쇳덩어리 추가 기워진

 한벌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




지금 보니 이건

부쩍 결정이 어려워진 '나'를 보는것 같았다.

요즘 소위 말하는 의사결정이란걸 늘 해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싸인을 해야할 때마다

내 옷소매에.. 추가 늘어나는 것 같다.





의사 결정

...

참 무섭고도 무거운 녀석이다.





수능 시험 보는 고3이나

고시나 공무원 시험 보는 이들처럼

내가 해야하는 결정이 이들처럼 일생일대의 순간을 결정 짓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일이라

매일밤 이리도 손목이 아픈가 싶다.












# 5


사진 속 작품처럼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일상을 살아가는

제각각의 삶의 무게를 단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저들 중 누군가는



7전 8기로

면접에 도전하는 취업준비생일 것이다.

에는 도대체 몇개의 추가 달려 있을까 ?



정년퇴임을 준비하는 중년 신사도 있을 것이다.

빛바랜 수트에는

그간 얼마나 많은 추를 달았다가 빼는 것을 반복했을까 ?






그리고

우리는 이 삶의 추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












추는

사실 두가지가 있다.


무게를 재는 저울의 '추'가 있고

시간을 재는 시계의 '추'가 있다.






시계추가 달린 시계 (벽시계, 뻐꾹이 시계)




우리 삶의 무게의 추를

시계의 '시계추'로 대해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카이로스 (kairos) 의 시계추로 삶을 기억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잠시 설명하자면,

시간은 두가지가 있는데

카이로스 & 크로노스이다.

이 두가지는 모두 그리스어의 '때' 혹은 '시간'을 말한다.


카이로스(긍정적)는 어떤 일의 발생을 순간을 기준으로 기억하는데 적절한 순간이나 기회를 뜻한다. 생일이나 휴가, 노력으로 무언갈 성취한 날처럼 그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크로노스 (부정적) 는 일정방향으로 시간이 연속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며 '시간의 냉혹한 아버지'라 불리는 크로노스신과 같다. 따분한 일상이라던지, 한 것도 없이 한해가 갔다는 말처럼 정처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말한다.






그러니


어차피 달아야 할 삶의 추라면

삶의 좋은 기억을과 긍정이 담긴 그 순간의 카이로스의 추를 저 작품들처럼

달아보자는 것이다.



크로노스의 추처럼 냉혹한 시간의 흉터같은

추도 어쩔 수 없이 달릴테지만 말이다.



좋았던 순간을 담은 카이로스의 추를 보면서 크로노스의 추 무게를

무시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도

무기력해질 때면

혹시 지금

냉혹한 크로노스의 시간으로

익숙함에 노예로 살아고 있는건 아닌지 자문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재빨리 옷 매무새를 매만지

스스로를 가다듬어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살지

크로노스의 시간으로 살지는

우리 결정(실천)이다.






오늘 당신의 옷에

 어떤 삶의 추가 달려있나요 ?





https://www.instagram.com/brunch_fashion/



https://brunch.co.kr/@fashion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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