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2 “오늘 뭐 입지?” 란 고민.

회색 늑대에게 묻는다.

by Off the record









Q. 2

from “오늘 뭐 입지?” 란 고민.


“오늘 뭐 입지?”

왜 매일 이 고민을 하고 있는지..
옷 고를 시간에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데 말이다.

할 일도 많다.
자기계발, 공부, 일, 인맥관리, 사회생활, 청소, 운동, 눈, 동호회 활동, 친구들까지!
매일 다른 옷을 고르고 입는 것 말고도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짜증 나는 건 어쩌다 늦잠을 자서 어제랑 같은 옷을 입으면 다들 수군거린다.

"어제 집에 안 들어갔나 봐",
"무슨 일 있나 봐"

라고.. 그리고 만사 귀찮고 무기력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교복이 그립다..
진짜 싫어했었는데 말이다.
요즘엔 비슷한 옷을 사서 돌려 입거나 냄새만 안 나면 3일 정도는 같은 옷을 입는다.
그럴 때면

“젊은 사람이 멋도.. 안 내고 다 저축해?”,
“어머.. 언제나 한결같으시네요.”

같은 말을 듣는다. 시선이 곱진 않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똑같은 옷 5개 정도 사서 주중엔 돌려 입고 다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옷을 찾고, 고르고, 사고,
입는 시간을 절약하면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시간낭비 같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공동체를 위한 일 말고는 결정할 가짓수를 줄이고 싶어서 똑같은 옷을 입는다고 했다.
늘 같은 옷으로 대중 앞에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상할까?









A. 2

to ‘패션 귀차니스트’


그럴 수 있다.

누구나 만사 귀찮을 때가 있다.

‘패션 귀차니스트’ 생각처럼 옷입기로 고민하는 시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걸 실제 시간으로 환산해 본 실험이 있었다.



2009년에 영국의 일간지인 텔레그래프는 매탤란이라는 영국의 대형 의류업체가 16~60세 여자 2,491명에게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무슨 옷을 입을까?”

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자가 일생 동안 옷입기로 고민하는 시간은 무려 287일이라고 한다. 달로 환산하면 9달이 좀 넘는 시간이다.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참여한 여자 2명 중 1명은 주중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내일 무얼 입을지 15분 정도 고민하고 평균 2벌의 옷을 미리 입어 본다고 한다.

그리고 주중 아침엔 평균 16분 정도 옷 선택 시간을 쓰고 주말에는 이보다 짧은 14분을 쓴다고 한다.

주말 저녁 약속을 위해서는 이보다 긴 20분 정도를 외모와 옷 고민을 하는데 쓴다.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건 공휴일에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이었는데 무려 52분을 쓴다고 한다. 중요한 건 이건 “무슨 옷을 입을까?”하고 고민하는 시간이지 실제로 옷을 입고 꾸미는 시간이 아니란 것이다.



아마 그래서 부부동반 모임을 위해 아내들이 치장할 때면 남편들이 운동경기의 전반전을 보고도 남을 만큼 시간이 걸렸나 보다.


옷 고민하는데 52분,

씻는데 10~30분,

화장과 머리를 하고 실제로 입어보는데 20~90분 정도 예상되니 말이다.


조사를 했던

매텔란의 관계자는 결과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든

옷은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우리는 이것이 여성들에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라고 답했다.

아마 지금은 남자들에게도 옷이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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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 귀찮고 무기력한

‘패션 귀차니스트’에게 회색늑대 복원사업을 소개하고 싶다.


1995년 미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회색늑대를 복원한 후 일어난 의외의 결과들이다.


우선 회색 늑대가 없는 동안

과도하게 늘어났던 엘크(사슴의 일종)의 개체수가 줄면서 풀과 나무가 무성해졌다.

회색 늑대가

사냥하고 남긴 사체는 겨우내 회색곰과 까치의 중요한 먹이원이 되어주었다.

더욱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체내에 저장하는 식물이 늘어나면서 이상기후변화의 완충작용을 하였다.



옷은 우리의 몸에 착용하는 것들 중 최대 면적을 차지한다.

회색늑대처럼 말이다.


매일 다른 옷입기를 멈추면 당장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립공원이 회색 늑대가 없었을 때 겪은 생태 불균형처럼 우리의 삶과 자존감도 옷의 변화가 사라지면 그 균형이 깨질 수 있다. 페스팅거는


“자기개념과 일치되지 않는 이미지의 의복은 자기에 대한 모순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불편함과 어색함과 같은 심리적인 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고 했다.

‘패션 귀차니스트’는 현재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싶을만큼 몸도 마음도 지쳐있어 무기력해진 것 같다.

아마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자존감의 세력이 약해져서 활력의 먹잇감이 되지 못하고 무기력만 배불리 먹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운이 빠진 채 만사가 귀찮아진 건 아닐까?


한번 찬찬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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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에도 지혜가 있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패션 귀차니스트’는 혹시 내 머리나 마음이 옷에 대한 불만으로 어떤 사인을 보내는 건지, 자존감 테스트 같은 걸로 무기력에게 왜 왔는지 에둘러 물어봐야 할 것이다.


좀 더 분발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는 걸 도 있고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에너지를 비축해야 할 타이밍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지금에 내가 입고 있는 걸 통해서 나를 읽어내서 알고 겪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알맞은 옷을 지지대로 써서 무기력한 오늘을 다독이고 내일의 활기를 미리 입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옷은 우리의 자존감에게 꼭 필요한 회색 늑대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하나의 옷차림(회색 반팔 티셔츠)으로 자신을 애플리케이션처럼 아이콘화 시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옷으로 그가 추구했던 미니멀리즘과 실용미를 대변했다. 그의 검은색 목폴라는 그가 디자이너로서 가장 높게 평가한 ‘이세이 미야케’의 것이었다. 그 단순한 디자인의 목폴라가 그 브랜드에만 있진 않았을 것이다.


만약

자존감, 번아웃 같은 마음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저들처럼 몰입이나 아이콘화를 위한 매일 같은 옷입기가 필요하다면 옷에 아이콘 같은 컨셉를 담으면 어떨까?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마크 저커버그처럼 비슷한 색을 입는 것이던, 스티브 잡스처럼 브랜드나 아이템을 단일화하는 것이던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배움는 어디든 있다.


옷이라는 무생물에

많은 기대와 의미를 두는 것도 좋진 않지만 곁을 내주지 않는 것 또한 현명하진 않다. 그래도 옷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면 저들처럼 단 한 벌의 옷으로 자신을 아이콘화하고 싶다면 단순히 따라 하는 것보다 저들처럼 생각을 옷에 담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살아 있는 자신을 아끼고

더 많이 나를 옷에 담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지지자도 나타날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나 스티브 잡스와

모습은 좀 다르지만

펑크(Funk)도

세상을 향한 자신의 목소리를 노래와 옷으로 샤우팅 한 것이니 각자 나만의 방법을 꼭 찾길 바란다.






누구에게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질투하지 말 것,

사랑하면 곁에 머물 것이고,

아니면 떠나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다.


그러니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말라,

그리고 항상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고,


자신을 아낄 것!



-비비안 웨스트우드 -

영국 패션계의 대모이자 펑크(Funk)스타일의 선구자










'자존감 입기'

오프 더 레코드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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