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은?

"피아노 레슨 계속 받을 거니?"

by 깨알쟁이

레슨 후 연습도 잘하지 않던 10살의 저에게 엄마는 물으셨어요. 부모님의 퇴근 전까지 혼자 보냈으니 피아노 선생님이라도 오시면 덜 심심했던 모양이에요. 연습을 열심히 할 정도로 열정적이지는 않았으나 음악 자체를 싫어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레슨은 계속됐어요. 중학생이 되면서 이사를 했지만, 엄마도 저도 관성처럼 새 선생님을 구해 이사 후 바로 레슨을 시작했어요. 중학생이 예체능에 시간과 돈을 들인다는 건 어쩌면 대학 진학 후 진로로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지만 일단 받았어요. 그래도 당시에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 하나는 마스터해 보고 싶어 전보다 피아노 앞에 앉는 시간이 늘었어요. 고등학생이 되니 연습도 연습인데 레슨을 받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어요. 평일에도 주말에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8할 이상이었기에, 이제는 정말 전공으로 선택할 게 아니라면 내려놓아야 할 시기가 됐어요. 막상 전공까지 할 자신은 없었어요. 그 정도 실력도 열정도 없었고 주어진 시간을 학업에만 투자하기도 벅찼어요. 6세부터 시작된 제 피아노 레슨은 일단 17세에 마침표를 찍었어요.


스무 살 여름, 서울에 올라와 교회 찬양팀 반주자를 모집한다는 오디션 공고를 봤어요. 비전공자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말에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열심히 준비한 끝에 오디션에 합격하여 건반 세션이 됐어요. 간단한 코드 반주 정도 가능했던 저는 이제 드럼과 일렉 기타 합주도 가능해요. 메인 키보드만 다룰 줄 알던 제가 신시사이저로도 여러 소리를 낼 수 있어요. 반주자가 필요하다는 곳에서 대타로 뛰어온 시간만 15년이었어요. 훌륭한 전공자들의 도움 덕분에 그간 많이 성장한 저는 전공자냐는 질문도 받아요. 덕분에 나름 쓸만한 비전공자 연주자로 성장했어요. 아마 일찌감치 레슨을 중단했다면 제 세계는 훨씬 좁았겠죠? 과감히 도전할 용기도 지금보다 부족했겠죠? 유명 성악가와 합을 맞춰 피아노로 친구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저는 오늘도 내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요.



(까마득한 추억이 된 사진들을 살짝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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