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이 글을 쓴 날 저는 큰 이모부의 갑작스러운 부고로 장례식장에 다녀온 날이었어요. 이모부는 생전에 유언으로 장례식에 대한 몇 가지 당부 사항을 남기셨다고 했어요. 문상객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을 것, 근조화환도 마찬가지로 사양할 것, 매장 대신 화장으로 진행할 것, 가족 외에 다른 친구들에게는 부고를 알려 먼 길 힘들게 발걸음 하는 일 없게 할 것.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받는 것보다 베푸는 삶을 살아오신 이모부다운 결단이라고 생각했어요. 빈소에 가보니 정말 부의금을 일절 받지 않고 있었고 도착해 있는 근조화환도 하나뿐이었어요. 근데 휑하거나 이상하지가 않았어요. 상주인 사촌 오빠들은 '살아생전 고인이신 저희 부친께서 남기신 유언에 따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와주신 마음이 이미 감사합니다.'라고 전했어요.
반나절 이곳에 있다 보니 저의 장례식장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상상해 보게 되었는데요. 우선 제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은 많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크게 눈물을 보인다는 건 있을 때 더 잘 지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 후회가 섞인 눈물이라고 생각해요. 후회 없이 잘 지내왔고 서로의 안부를 잘 챙겨 온 사이라면 그런 감정이 덜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과 후회 없이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하여 저의 빈소에 오는 사람들도 너무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와줬으면 좋겠어요.
결혼식 때처럼 '제2의 나연 유니버스'를 이뤘으면 좋겠어요. 결혼식에서도 말로만 듣던 제 대학 동기와 교회 친구가 만나 '아 OO님? 얘기 많이 들었어요!' 하면서 저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어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게 바로 결혼식의 로망이었는데, 감사하고 뭉클하더라고요. 이제 제 주변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날은 장례식뿐일 텐데, 그때에도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으면 좋겠어요. 그간 안녕하셨냐고, 편안하게 보내주자고. 우리도 건강하게 살아생전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보자고 이야기를 나누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