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초반만 해도 제 일에 있어 지금보다 훨씬 자부심과 자존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어요. 담당하는 브랜드에 과몰입해서 조금이라도 해치려고 하는 직원들이 있으면 인상 찌푸리고 전투태세로 돌입했어요. 그야말로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게 잘 안되던 시기였어요. 동의 없이 최저가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던 어느 임원분께도 무례하게 따져대던 흑역사도 있고요. 그로부터 6~7년이 지난 어느 날, 옆에 있던 다른 부서 동료가 다소 격앙되어 있길래 물어봤어요. 본인 상사가 본인에게 일을 직접 지시하지 않고, 본인보다 밑에 있는 직원에게 먼저 전화를 해서 시킨 후 그 직원으로부터 일을 받았다고 하는 거예요. 그 동료의 상사는 외근으로 사무실에 없는 상황이었고, 동료는 너무 화가 나니 장문의 카톡으로 '저는 당신의 태도에 상당히 불쾌합니다. 다음부터는 저에게 직접 지시하든지 아니면 막내 직원에게만 일을 지시해 주세요'라고 쓰고 있었어요. '더 보기'를 클릭해야 할 정도로 긴 메시지에 엔터를 누르기 직전이던 동료의 손목을 잡고 말했어요.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조금 심호흡하면서 화를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 봐. 외근에서 복귀하시면 그때 말해도 늦지 않아'라고. 근데 동료의 표정은 전혀 제 말이 들리지 않는 표정이었고 지금 당장 본인이 화난 걸 표현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그럼 차라리 전화로 해요. 글로 남기는 건 좋지 않아요. 글은 말보다 표현에 있어 오해를 사기 쉽고 게다가 다 기록에 남잖아요. 기록에 남는 건 매우 위험해서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캡처해서 두고두고 돌려볼 수도 있잖아요.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해봐서 그래요. 지금 당장 엔터가 누르고 싶다면 차라리 이 글을 통째로 '나와의 카톡방'에 가져가서 거기에다 쓰고 배설하세요. 그러면 좀 해소가 될까요?" 다행히 동료는 그날 상사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어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에게 조언을 다 해주다니.. '나도 참 많이 컸네.'라고 느낀 날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