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경험해 본 적 있나요?

by 깨알쟁이

남편과 나는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우리에게는 당시 만남조차 성사되지 못할 뻔한 운명적인 이야깃거리가 있다.

우선 나의 경우 어느 소개팅남과 세 번째 만남 이후 짧은 기간 만에 정리하였다. 당시 연락을 주고받던 한 친구에게 '주말에 만났는데 영 아니더라. 이번에도 역시나 안 되었다. 나도 너처럼 운명의 짝을 만날 수 있을까?'라며 당시 소개팅남과의 썰을 풀었다. 친구는 나에게 분명 좋은 사람이 찾아올 거라며 잘 정리했다고 위로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목요일 오후, 친구는 반가운 목소리로 내게 연락을 건넸다. 혹시 소개팅 하나 해보지 않겠냐고! 묻고 따지지도 않고 일단 "Yes!"를 외쳤다. 그 사람은 사실 몇 주 전에 소개해 주려던 남편의 친구분이라고 했다. 얼마 전 친구 남편이 '주변에 소개해 줄 사람 없냐?'라고 했을 때 나를 제일 먼저 떠올렸지만 내가 다른 소개팅으로 잘 되어가는 것 같아서 다른 지인을 연결해 주었고, 우연히 그 지인과 소개팅은 빠르게 종료되었다고 들었다고. 그래서 다시 FA 시장에 나오게 된 이분을 네가 한번 만나보지 않겠냐고 했다. 크게 묻고 따질 힘도 없던 나는 친구에게 일단 한번 만나보겠다고 했고, 그렇게 만난 소개팅남은 지금 나의 남편이 되었다.


남편과 두 번째 만난 날 내가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사실 OO님도 얼마 전에 소개팅 끝났다고 들었어요. 몇 번 만나고 끝나셨어요?"

남편은 살짝 당황하는 듯했지만, 친히 얘기해 주었고,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신기했다.

"한번 만났어요. 그럭저럭 대화도 통하는 것 같아 한 번 더 만나볼까 했는데, 막상 헤어지고 연락을 주고받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죄송하다 하고 두 번째 만남을 거절했어요."

듣고 나니 만남부터가 기적이고 운명이었다.


만약 우리 둘 중 한 명이라도 기존 소개팅 상대와 잘 되었다면 만남조차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분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운명을 만나 이렇게 인생의 짝꿍이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운명이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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