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천 중인 세 가지 루틴들

매일 플래너 작성, 매일 2개 이상 비우기, 매일 글 쓰기

by 깨알쟁이

퇴사한 지 어언 7개월이 지난 저에게 요즘 새로 생긴 루틴들이 있는데요.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말씀드리기에 앞서 저는 영락없는 P 인간이에요. 근데 가끔 만나는 친구들은 저에게 "엥? 너 완전 J 같은데? 너 완전 꼼꼼하고 추진력 있고 계획 잘 짜잖아."라고 하는데요. 모르는 소리.. 아무래도 체력이 약한 저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하면 피곤한대로 계획은 축소하고, 힘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는 하루에는 계획에도 없던 일들을 마구마구 추가하면서 저를 혹사시키기도 한답니다.

근데 그렇게 지내는 것도 하루이틀이죠. 30대 중반의 나이에서 아무리 퇴사를 하고 쉬는 기간이라고 해도 저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마음먹고 루틴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만 잘 챙겨서 하자.'

'무리하지 말자.'

'다른 건 못해도 괜찮은데 이것들 정도는 매일 또는 꾸준히 시간을 정해서 하자.'



그래서 어떤 루틴들이 있냐면요.


첫 번째로, 매일 플래너 작성하기입니다. 위클리와 먼슬리 2개를 함께 씁니다.

여러분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그냥 P 인간이고요. 계획을 짜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합니다.

왜냐면 다 실천하기 못할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너를 작성하는 루틴이 생긴 데에는 최근에 유명한 운동선수들이나 아니면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들을 들었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하나같이 목표를 다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계획은 계속 짜고 그 계획을 내가 얼마큼 실천할 수 있는지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계획을 짭니다. 저는 위클리 플래너와 먼슬리 플래너를 각각 사용하고 있는데요.

먼슬리 플래너 1페이지에 이 달의 일정들을 큰 틀에서 잡고 굵직하게 적어봅니다. 대출금 나가는 날, 병원 검진, 운동 일정 등과 같은 것들이요.

그러고 나서 위클리 플래너를 열어 매일의 일정을 적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살이처럼 그날 오전에 그날 일정을 적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아침 일찍 외출하는 날에는 플래너를 아예 열어보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우선 큰 계획들은 일주일 치로 잡아 적어두고, 세부적인 것이나 가변적인 것들은 최소 이틀 또는 3일 치를 적어둡니다. 그 안에서 계획이 변경되면 변경된 대로 수정하면 되고요. 일정을 쭉 볼 수 있으니까.

이게 첫 번째 루틴의 전부입니다. 이미 너무 잘 실천하고들 계실 것 같은데요. 저는 이것마저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걸 해내고 있는 제가 너무 대견합니다.

어차피 계획을 짜봤자 오늘도 피곤하고 내일도 피곤한 저의 몸 상태 때문에 계획을 다 달성하지 못하고 뭉그러뜨리는 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근데 그렇게 하루, 한주, 한 달을 지내고 나니 너무 허무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무언가 계속하고 있는 것은 같은데 제 머릿속에 정리도 안 되고 있고, 그저 컨디션에 따라 미루고만 있더라고요.

근데 제가 살아있는 한(?) 어찌어찌 오늘 안에 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 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은 갖고 있기에 너무 저를 저평가하지 않고 잘 토닥이며 해내보려고 합니다. 회사 다닐 때 다 그렇게 일해왔으니까요. 느슨해있던 저를 점점 당겨가며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조금씩 되찾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두 번째는 하루에 2개 이상 버리기입니다. 요즘에는 특히 주방에서요!

이 또한 첫 번째 루틴처럼 어렵지 않겠죠? 어디서 들었는데요, 일본 정리 전문가가 말하기를, 하루에 2개씩 비우면서 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워낙 호기심도 많고 새로운 것에 관심이 늘 많다 보니 자타공인 맥시멀리스트인데 지난 5월 퇴사 전후로 많이 변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그게 결국 본인의 정신 상태를 대변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저희 집 거실과 방을 보니 절로 끄덕여지더라고요. 그래서 퇴사를 앞둔 4월부터 매일 같이 정리 전문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며 정리정돈을 공부했습니다.

사실 저는 직업 군인이신 아버지를 따라 미취학아동 때부터 약 10번 이상의 이사를 해왔는데요. 그때마다 저희 엄마는 '안 쓰는 건 자주 버려야 한다. 버리고 또 버려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봤을 때 저희 엄마도 한 맥시멀리스트 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자주 비우고 버리고 나눕니다.

아무쪼록 최근에 전세 재계약을 해서 당분간 2년 동안은 이사 계획이 없으나 매일 뭐라도 집에서 2개 이상 버리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과 저의 문구류부터 시작했습니다. 각자 안 쓰는 볼펜들, 메모지, 수첩, 책까지. '이거 언젠간 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지난 24개월을 돌아봅니다. 과연 내가 2년 동안 이 물건을 다뤄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요. 그리고 없었다면 과감히 버립니다.

옷도 많이 비웠습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아름다운 가게 옷 기부를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내년 연말정산이 꽤 쏠쏠할 것도 같고요. 무엇보다도 아파트 단지 옷 수거함에 버리면 개인? 사기업? 이 가져간다고 하던데 그거보다 좋은 건 기부잖아요. 이제까지는 잘 몰라서 그리고 귀찮다는 이유로 잘 알아보지 않고 아파트 단지 수거함에 버리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멀리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 찾아가서라도 안 입는 옷을 기부하고 옵니다.


그리고 요즘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은 냉파입니다. 냉장고 파먹기 (저는 개인적으로 파먹기보다는 비우기가 더 자연스러운 표현인 것 같습니다만) 냉장고 비우기를 매일매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거 정말이지 뿌듯하고 좋습니다!

우선 영구적인 보관 창고처럼 사용했던 냉동실 비우기가 너무 잘 되고 있습니다. 저희 냉동실에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장기 투숙객들은 다름 아닌 양가 어머님들이 주신 떡들, 설 연휴 때 양가에 보내드리며 저희도 같이 구매했던 고등어와 굴비들, 유명한 빵집에서 사 온 빵들이었습니다. 다진 마늘, 소분하여 얼려둔 파와 양파, 냉동밥들은 워낙 회전율이 좋아 사실 숙박보다는 대실의 개념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죠, 허허. 떡과 생선, 빵은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돌아가며 먹으면서 80% 이상 소진했습니다. 이들을 소진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니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생각하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를 준비하게 되어 1석 n조였어요. 오늘은 생선, 내일은 고기, 내일모레는 파스타와 빵, 다음 날에는 떡볶이. 이렇게 하다 보니 냉동실뿐만 아니라 냉장고에 있는 여러 소스들도 함께 체크 아웃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냉장고에 오래 있던 것들은요, 죄송하게도 저희 엄마가 해주신 김치들(갓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깍두기, 배추김치)과 각종 반찬들이었는데요. 저희 부부가 외식은 안 해도 집에서 꼭 한식보다는 파스타나 리조또와 같은 양식을 만들어먹었기 때문이에요. 근데 어느 날 친정에 방문했는데, 김치의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에 무릎을 탁 쳤죠. 김치 냉장고도 아닌 우리 집 냉장고에 둔 김치는 신선한 기간이 더 짧을 텐데.. 아낌없이 부지런히 먹어줘야겠다. 그러려면 양식보다는 한식을 먹고 배달보다는 요리를 직접 해 먹어야겠다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남편이 매일 노래 부르는 까르보나라는 잠시 끊고 부지런히 반찬을 덜고 냉동밥을 녹여 저녁을 준비합니다. 생선 한번 구우면 온 집에 냄새가 다 배서 안 먹었는데 이제는 굽기보다는 찜을 선택해 냄새도 줄였고요. 엄마가 주신 김치와 다른 반찬만 먹기에는 지겨울 수 있으니 스페셜 메뉴로 매일 1~2개씩 제가 만든 것도 같이 상에 내놓습니다. 국이든 계란말이 든요. 그렇게 하다 보니 냉장고는 냉동실보다 더 회전율이 빠르고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식초, 멸치액젓, 굴소스 등 소스류의 회전율에도 가속이 붙었답니다.

이처럼 매일 2개씩 버리자!라고 마음을 먹으면 사실 어려운 게 하나도 없어요.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을 버릴 수도 있고, 옷장에서 안 입는 옷들을 비워낼 수도 있으니까요. 비우지 않고 계속 채우려고 하다 보면 결국 속은 더 곪게 되더라고요.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지 못한 채 깨진 독을 채우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오늘도 열심히 비워냅니다.



매일 글을 씁니다. 블로그나 브런치, 아니면 자기 전 일기장에 다가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루틴은 매일 글쓰기입니다. 어릴 적부터 아빠의 편지를 자주 받아온 저는 지금까지도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친구들이 저에게 써주지 않아도 가끔 만나는 친구들에게 엽서를 한 장씩 챙겨가 건네는 것은 이미 저에게 크나큰 기쁨이거든요. 그들이 환히 웃는 모습, 집에 가서 천천히 읽어볼게 고마워.라는 말만 들어도 제가 다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듭니다.

편지를 매일 쓸 수는 없으니 (사실 매일 쓸 대상도 없습니다만) 다른 창구에 글을 매일 씁니다. 두 번째 루틴만큼 뿌듯한 루틴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스토리 그리고 자기 전 직접 손으로 써보는 3년 일기장에 매일 적고 있습니다.

약 11년 전, 첫 직장인 은행을 그만두고 이직이 바로 될 줄 알았던 어리숙한 저에게 네이버 블로그는 처음 만났지만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편안한 친구로 다가왔어요. 부푼 꿈을 안고 패션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했지만, 1일 방문자수가 5명도 되지 않는 것을 보며 쉽게 포기했어요. 대신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하는 셀프 네일, 어제저녁에 시청한 tv 프로그램 (BTS가 많이 유명해지기 전, 방탄소년단 랩몬스터가 나왔던 문제적 남자 방송 리뷰로 꽤 인기를 받았죠), 손수 만든 그래놀라와 얼그레이 쨈, 오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과 같이요. 그냥 저만의 스토리를 친한 친구에게 말해주듯이 적어왔어요. 시간은 꽤 걸렸지만 어차피 정해진 일정이 없었던지라, 그저 재밌어서 해왔던 것 같아요.

그때 그렇게 시작했던 블로그가 벌써 12년이 넘었고 어느덧 누적 방문자 수가 122만이 넘었습니다. 너무 신기하죠?

그 때나 지금이나 블로그에 남기는 주제들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어요. 집밥 레시피, 여행 리뷰, 제품 사용기 등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 위주로 그때의 기억들을 남기려고 하죠. 한 때는 시간 순서대로 남겨야 한다는 강박, 잘 써야 한다는 강박들에 사로잡혀 한없이 미뤄왔었는데요. 요즘에는 시간 순서대로 남기기보다는 지금 독자들이 필요할 것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들, 내가 정말 필요헀던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오늘은 스코틀랜드 12월 1월 날씨와 옷차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에도 최근에 많은 변화를 주었어요. 여러분도 다들 아시다시피 브런치북이 있고 매거진북이 있는데,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겠다고 하면 마음먹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브런치북을 무려 3개나 운영 중입니다. 기존에 만들어둔 매거진북 5개는 일단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용으로 두고 있고요. 연재를 하다 보니 좋은 것은 글쓰기 근육이 떨어지기 무섭게 글을 또 써내야 한다는, 나와의 약속입니다.


월요일 : 임신준비생, 난임 병원 환자 일기

화요일 : 표류하는 마음

수요일 : 깨알 같은 어제 오늘 내일 인생 기록지

목요일 : 임신준비생, 난임 병원 환자 일기

금요일 : 표류하는 마음

토요일 : 깨알 같은 어제 오늘 내일 인생 기록지, 임신준비생, 난임 병원 환자 일기


난임 병원을 다니며 시험관시술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극심한 번아웃으로 퇴사한 후에 스스로를 불안으로부터 꺼내고 회복시키고자 노력하는 사람

매일매일 생각이 너무 많아 어딘가에 터놓고 싶은 호기심 많고 통통 튀는 사람


이런 저를 표현하는 연재 북들입니다. '임신준비생, 난임 병원 환자 일기'는 이미 30부작으로 목차 및 기획안도 작성해 두고 그 계획에 맞게 쓰려고 하고 있고요. 나머지는 그때 그때 저의 생각들이나 상황들을 토대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3년 일기장입니다. 작년 10월에 친한 동생이랑 저랑 둘 다 회사 일로 인해 힘들어하면서 '직접 하루하루를 회고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느껴서 인터넷에서 2권을 구매했어요. 5년 일기장을 쓰자니 부담스럽고 3년이 적당하지 않을까. 작년 이맘때에는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셀프케어에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었죠.

3월부터 9월까지는 왜 그랬는지 일기장을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게으른 탓이 8할인데 이렇게 흘러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10월부터 챙겨서 다시 쓰고 있습니다. 침대 머리맡에 두어 자기 전 불 끄기 직전에 쓰다 보니 하루를 정리할 수 있고요. 요즘에는 작년 이맘때 한참 힘들어하며 출퇴근했던 저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일주일에 1권 이상 책 읽기,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영양제 챙겨 먹기 (유산균, 엽산, 비타민d, 코큐텐, 오메가 3, 이노시톨 등), 주 1회 화장실 청소하기 등의 루틴들이 있는데요. 차차 소개해 드리도록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루틴을 가지고 있나요?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으로 하루 시작하기

매일 운동하기 (요즘 러닝이 대세잖아요)

매일 30분 이상 산책하기

매일 자기 전 사진첩, 메모장 정리하기


등등 많은 것들이 있을 텐데요.

소개해줄 루틴이나 그 루틴을 지켜오고 있는 나만의 노력들이 있다면 편하게 나눠주세요 : )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벌써 캄캄해졌는데, 모두들 남은 하루 편안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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