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소중함

by 깨알쟁이

한 때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나 그들의 책에서 '잠은 죽어서 자라'며 수면의 중요성을 등한시하던 시절이 있었죠. 잠을 줄이고 아침 일찍 부지런히 일어나 책을 읽고 공부를 하든 더 생산적인 일을 하라고 주장하면서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예전과는 다르게 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충분한 잠을 잤을 때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널리 알리기 바쁜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곳곳에서 미라클모닝을 성공하고 하루를 48시간처럼 보내는 갓생러들에게 진심 가득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저는 요즘 수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서 잠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잠들기 전 : 알지 않아도 되는 온 세상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짐


야행성인 남편과 저는 다음날 아침에 후회할 걸 알면서도 매일 늦게 잠에 듭니다. 그러다 보니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이 힘듭니다. 근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밤이 되면 아침의 고단함을 잊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 있죠. 핸드폰. 그 속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레드.

사실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들과 필요한 정보들은 이미 채웠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쏟아지고 흘러나오는 온갖 세상의 소식들을 끊임없이 눌러보고 열어보게 돼요.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궁금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또 그렇게 2AM이 되고 맙니다. 아.. 12시 전에 자겠다는 아침의 결심은 역시나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졌네요.

대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섭렵하고 싶은 걸까요? 어디까지 알고 싶은 걸까요? 알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잠의 소중함을 잊고 왜 그렇게 빠져들 만큼 재미있는 걸까요?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전 날 맞추고 잔 알람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집니다. 눈감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이라니.. 피곤한데 제대로 쉬지 못한 전날 밤의 내가 원망스럽고 후회스러운 순간입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을 완전히 뜨지 않은 채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뿐입니다.

게다가 같은 5시간이라고 하더라도 깊은 잠에 들지 못했거나 꿈을 너무 많이 꾼 날에는 다른 날보다 피로함이 더 몰려옵니다. 그 피로함을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예민한 청각'인데요. 저만 이럴까요?

잠에서 깬 후 : 알고 싶지 않은 세상 이야기들까지 귓속에 들어옴


여러분도 혹시 저와 같나요? 저는 원래도 다른 감각들보다 청각이 좀 예민한 편인데요. 덕분에 절대음감도 있고 다양한 소리들을 미리 접해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자부하긴 하지만요. 근데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다음 날에는 평소보다 청각의 예민도가 몇 배는 더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카페에 가면 그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가 제 귓가에 아주 생생하게 들어오는 거죠. 주문받는 직원의 목소리, 의자를 끄는 소리, 앞 테이블에 앉은 커플의 수다 소리, 저 멀리 여자분들의 자녀 교육 이야기,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바람 소리까지.. 듣고 싶은 소리는 오직 제 이어폰 속 노랫소리뿐인데 왜 제가 알고 싶지 않은 세상 이야기까지 다 귀에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저는 귀 기울이고 싶지 않은 세상까지도 듣게 되는 피곤한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아, 어제 일찍 잘걸.'


잠은 이렇게 세상의 이야기를 궁금하게도 했다가 피로하게도 만드는 신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어젯밤에는 분명 야구 선수의 가족 이야기, 연예인의 이야기, 친구들의 육아 이야기, 아예 모르는 온라인상 30대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클릭해서 보고 들으며 호기심을 발휘했었는데요. 오늘 오전 카페에서 저는 어제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학부모의 이야기도 커플의 이야기도 혼자 통화하는 50대 아저씨의 이야기도 다 저에게는 그저 피로한 소음일 뿐이었고 호기심보다는 부담감만 갖게 되었습니다.


충분한 수면으로 균형 있게 살자


24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느낀 결론입니다. 충분한 수면은 많은 것을 가져다주지만 그중에 우리 삶을 균형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살면서 들어야 할 이야기와 그리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혹은 듣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가 있다면, 잠만 잘 자도 그 이야기를 구분 지어 들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오늘은 어제보다 30분이라도 더 일찍 잠들어보려고 합니다. 궁금하지만 궁금할 필요 없는 이야기들을 뒤로한 채 저의 수면에 집중하고요. 그렇게 내일은 조금 더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일은 오늘보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에 둔하게 반응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 삶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기도 하겠고요.


다들 오늘 하루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끼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궁금한 세상 이야기 잠시 접어두고 우리 편안하게 잠들자고요.

고단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내일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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