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냐는 질문에 주저할 때가 있다

by 깨알쟁이

새해라 그런지 요즘 들어 오랜 지인들 중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에게 하나둘씩 연락이 온다.


"OO아, 잘 지내고 있어? 어찌 지내?"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지인에게는 언제 한번 밥 먹자고 날짜를 잡고,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지인에게는 마지막에 이야기했던 구간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잘 지내고 있다는 대답과 함께 '요즘 사실 시험관하고 있어.'라고 대답을 하면 다들 하나같이 애잔한 눈빛을 얼굴에서도 카톡에서도 보인다.

애써 나의 힘듦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그들의 마음이 우선 고맙고, 이해해 달라고 한 적 없는데 배려를 부탁한 적도 없는데 먼저 배려를 보인 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에 몇 년 전에 시험관으로 임신을 준비했던 친구들이 왜 많은 이들에게 밝히지 않았는지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약 8년 전에 시험관 시술을 했던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그들이 동정의 눈빛으로 날 보는 게 별로더라고. 내가 그렇게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그들이 의미 없는 걱정을 하는 것도 좀 부담스러웠어."


또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가끔 자연임신이냐 시험관이냐 묻는 무례한 사람들도 있어. 근데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조차 시험관이라고 절대 말하지 않아. 왜냐면 그렇게 단서를 하나 주면 그다음 질문이 이어지거든. '누구한테 문제 있어요? 남자? 여자? 아이고 몸관리 좀 잘하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남의 사연을 파고, 캐고 하는 것을 즐기는지 모르겠어. 시험관이면 어떻고 자연 임신이면 어떤데?"


모두 충분히 공감된다.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직접적으로 오픈하기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내가 시험관을 한다고 인스타에 공표하면 이런 이야기들을 하겠지..

"에휴, 네가 여리고 스트레스를 잘 받아서 잘 안 생겼나 보다. 어차피 지금 퇴사했으니까 맘 편할 때 가지면 되겠네. 넌 일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쉬면서 준비하면 되겠어."


때로는 잘 지내냐는 말에 잘 지낸다고 하면 다행이다, 새해에도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는 싱겁고 무미건조한 답변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일 수 있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알아도 때로는 모르는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궁금해도 안 궁금한 척을 해야 할 때가 많아진다.


오늘도 여전히 잘 사냐는 질문이 어려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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