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작가님께서 그랬다. 나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껴지거나 자신감이 없어 힘들 때에는 나 스스로를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대해보라고. 나의 자녀이자 엄마가 되어보면 제삼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돌보고 살필 수 있다고 하셨다. 무력감이 가득하던 시절에는 그 이야기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엄마는 있지만 자식이 있어본 적이 없었기에 공감이 될 리 없었던 것 같다. 하다못해 반려동물이라도 있었더라면 어느 정도 대입을 하기에 수월했을 텐데.
근데 퇴사하고 하루 중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리고 임신 준비를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퀘스트를 깨면서 '나를 나의 딸이라고 생각하고 돌보자'는 마음이 자주 생겨났다.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의 삶을 자주 상상해 본 덕분이랄까. 이유가 있든 없든 지치고 힘들 때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를 챙기는 방법을 터득해나가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나를 딸이라고 생각한 후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밥이다. 밥을 대충 먹지 않는다. 샐러드 한 접시를 먹어도 예쁜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아 먹는다. '그냥 혼자 먹을 건데 뭐, 대충 꺼내서 먹고 빨리 치우지 뭐.'라고 생각하면서 밥을 참기름과 깨소금에 비비거나 맨 밥에 물을 말아먹던 시절은 끝났다. 엄마와 아빠가 일터에서 돌아오기 전에 학원을 가야 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만찬이긴 했지만, 영양가가 없는 만큼 정성도 딱 그 정도였던 식단이었다.
오늘도 냉동실에서 야채 얼린 것과 훈제 연어를 꺼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열심히 볶았다. 다 먹지도 못했지만 푸짐하고 근사하게 보이도록 조리를 하고, 음식이 가장 잘 돋보일 수 있는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았다. 맛에 만족하지 못할지라도 눈이라도 호강하려고 한다. 그 정도만 해도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에는 충분하니까.
내일 아침에는 들깨죽을 만들어 대접하려고 한다. 어제오늘 과하게 많이 먹어 급체한 나를 챙기기 위해, 다소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정성 가득한 한 끼 식사를 대령해야지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