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일하다 보니 정신은 더 맑아진 요즘입니다

by 깨알쟁이

새로 입사한 회사에 합류한 지 어느덧 6주나 되었다. 일이 정말 많다. 주 3회 이상 야근은 물론이고 단순한 일을 하기에도 바쁜데 꼬인 일들이 너무 많고, 모회사와 계열사에서 치고 들어오는 일은 하루에도 수차례 나에게 던져진다. 아는 것도 많이 없는데 들어오는 일은 많으니 정신이 더 없는 것 같다. 어찌어찌 경력 짬바로 아는 척 들은 척해본 척하면서 버티고 있긴 한데 그만큼 에너지 소진이 큰 기분이다.


그래도 덕분에 몸은 지치지만 정신은 더 맑아진다고 느낀다. 특히 임신준비에 있어서는!

지난 3월 말에 세 번째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이번에도 실패였고 남편과 상의한 끝에 한 달 정도를 쉬어가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장님은 점점 임신 성공을 위해 나에게 적극적인 처방을 해주시는데, 나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던 모양이다. pgt고 반착검사고.. 나는 그냥 지금 현생에 조금 더 적응을 하고 나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무쪼록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에 치여 지내다 퇴근하면 기진맥진 피곤해 쓰러지곤 하는데, 일과 중에 ‘병원’이 없어져서 너무 개운하다. 생리주기를 지켜보고 병원에 예약하고 시간에 맞춰 약을 먹고, 아침 7시부터 조기 진료 보러 병원에 갔다가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에는 다시 병원 근처 약국에 와서 처방약을 받아가는 일과. 당분간은 이걸 안 해도 돼서 그저 너무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리고 집에만 있을 때에는 사실 ‘왜 안 되지? 이번에도 안 되나? 내가 뭘 또 잘못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사로잡혔던 시간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내 삶에 가장 큰 목표가 몇 달 전만 해도 임신이었고,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서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으니 항상 현실의 벽에 부딪혀왔었던 시간들이었다.


근데 요즘에는 ‘일’에 정말 하루 종일 전념해 있다 보니 내가 임신 준비를 했던 사람이었던 것조차 잊게 된다. 그냥 맥주도 와인도 너무너무 마시고 싶은 철딱서니 없는 일반인처럼 말이다.


너무 임신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하고,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지금과 같은 스텐스를 계속 유지해야겠다. 일이 진짜 많아서 매일 바쁘고 정신이 없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환경이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며 맑은 정신 건강을 유지하도록 해야지.


그래서 애석하게도 내일도 나는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 그럴 것이다. 그리고 불평불만 대신에 ‘그래, 바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 바빠서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으로 긍정 회로를 돌리고 돌리고 돌릴 것이다. 멋들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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