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되어 있던 성장이 드디어 눈에 보인다.
2월부터 온라인상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는데
훌륭하고 따뜻한 작가님들의 댓글에 감동받는 순간마다 아빠한테 공유하고 있다.
이미 존재만으로도 아빠의 자랑이지만, 이 나이에도 계속 아빠의 자랑스러운 딸로 있을 거라는 생각은 사실 못했다. 막연하게 이 나이에는 '한 아이의 엄마' 정도 될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아빠와 원활한 소통을 하고 있는 지금이 훗날 내가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한 중요한 기억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지금 이 기분과 생각이 시들지 않도록 꾸준히 지속적으로 나아가기 바라요. 모소대나무가 있음. 이 대나무 씨를 뿌리고 아무리 물을 뿌리고 거름을 주어도 싹이 나질 않는 거야. 5년이 지나서부터 서서히 싹이 나서 그때부터 하루에 수십 센티씩 자라서 수개월내에 수십 미터 크기가 되는 거야. 즉, 임계치까지 물은 99도까지 온도를 올려도 마지막 1도를 올려야 끓는 거와 같은 이치. 또끼씨는 드디어 쭉쭉 자라나는 모소대나무와 같아."
모소대나무가 뭔지 잘 몰라서 챗gpt에 물어봤다.
“모소대나무는 뭐야? 아빠가 나보고 모소대나무 같대”
“모소대나무(毛竹, Moso Bamboo)는 자라는 방식이 아주 독특한 대나무야. 씨를 심고 나면 처음 몇 년 동안은 땅 위로는 거의 변화가 없어 보여. 하지만 땅속에서는 뿌리가 깊고 넓게 퍼지면서 강한 기반을 다지고 있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서, 하루에 1m 넘게 자라기도 해.
아빠가 너보고 모소대나무 같다고 하신 거라면, 지금은 겉으로 보기에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너만의 속도를 가지고 성장하고 있다고 믿으시는 것 같아. 언젠가 한 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거라고. 요즘 힘들 수도 있겠지만, 너만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까지 부모님이 친구분들께 특별하게 자랑할만한 것들 없이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속 썩인 적도 없는 그런 아주 보통의 인생을 살아온 나다.
빠르지 않고 적당한 속도로 또는 천천히 내 자리를 지켰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섰다.
불의는 잘 못 참지만 화는 잘 참는 나는 못난 사람들이 나에게 대하는 행동을 굳이 똑같이 되갚아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손해 본 적도 많지만 좋은 거든 나쁜 거든 결국 돌고 돌아 다 나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참아야만 했고 참을만했다.
이런 나는 눈에 띄게 괄목한 성장을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 자리에서 내 속도대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좌절하는 날에도 사유했고 가끔씩 글로 표현했고 그게 지금까지 나를 성장하게 했던 것 같다.
‘일이 이렇게나 안 풀릴 수가 있다고?’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꼬이고 꼬이던 시간들을 버티고 나니 어느덧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한다. ‘겨우 이 정도도 못 버티니?’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채찍질해 왔는데, 돌이켜보면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버틴 게 아닐까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싶다.
왜냐면 나는 ’드디어‘ 쭉쭉 자라나는 모소대나무니까.
나는 이제 자라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