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쓴 《아날로그시계 예찬》

무더운 여름 아빠와 딸의 행복한 남대문 데이트

by 깨알쟁이



오늘은 아빠가 쓴 단상을 빌려와 보았습니다.



《아날로그시계 예찬》

追友江南(추우강남)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격으로 남대문 시장 나들이에 동했하였다. 책상 서랍에서 한동안 정지되었던 쿼츠 전자식 시계들부터 깨웠다.

스마트폰과 페어링 되어 혁신적 기능을 발휘하는 웨어리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들었던 아날로그시계가 뒷전으로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역설적인 것이 스마트 워치의 다양한 기능보다 더 스마트한 헤아림은 따론 아날로그 워치가 우위에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시각적으로 하루 24시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여 뇌에 전달하는데 다른 중간 과정이 불필요하다. 직관적 효율적이니 더 스마트하지 않은가!

또한 최소 1년은 충전이 필요하지도 않으니 번거로움도 없어서 좋다.


또한 아날로그시계는 복식(服式)에 액세서리의 역할로도 한몫을 한다.


1839년에 창립한 스위스의 하이엔드 명품 시계 파텍 필립을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내 시선을 끌고 있는 장르의 시계를 발견했다. 스톱워치 기능을 결합한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시계다.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아르마니 중고시계를 착한 가격에 구입했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찼다. 가끔씩 내시계에 관심을 보여주는 지인들에게 스톱워치가 작동하는 무브먼트를 선보이며 즐겼다.


그러나, 막상 스톱워치 기능은 사용할 용처도 없었고 시계의 두께와 중량감이 불편을 초래하였다. Y셔츠 긴소매에는 시계 착용 자체가 불편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지난 1년 무탈했던 시계를 바꿀 이유와 단점 찾기에 몰두했다. 솔직히 타인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고 나에게 맞는 시계를 찾고 싶었다.


1년 만에 찾아온 남대문 상가 시계점포 최 씨 형제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내가 원하는 시계로 교환하는데 부담되지 않는 배려를 해주셨다.


초침도 없다. 분침과 시침만 있는 심플 그 자체가 특징인 시계를 찾아냈다. 외려 단순함 속에서 빈틈없이 채워짐을 알게 되었다. 스웨덴産 DW시계로 변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본질을 찾았다. 시선 분산이 집중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이번에는 신품으로 애정이 배가된다.


다양한 토핑이 얹어진 피자를 매일 먹으면 질리듯이 시계도 마찬가지다. 그저 쌀밥에 담백한 반찬 몇 가지가 물림 없다. 단순함의 매력을 찾았다.


내친김에 고명딸과 아날로그의 감성 공유를 커플 시계로 함께하였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신조어인 소확행(일본어: 小確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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