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나를 인정할 때.

by 깨알쟁이

같이 일했던 분들이 찾아준다는 것만큼 감사한 일도 없을 것이다. 퇴사를 하기 직전 소식을 접하고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이전 거래처 대표님의 제안에 이어 오늘은 기존 총판사의 대표님이 퇴사하고는 처음으로 안부 전화를 주셨다. 왜 한 번 연락도 없었냐고. 잘 지내고 있냐고. 막상 나오니 연락을 드리기도 좀 뻘쭘하고 해서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그 대표님은 내게 '그때 내가 조금 더 일찍 움직였더라면.. 지금 잘 버티고 일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헤맨 시간이 너무 길어서 OO님을 방치했었지.' 다 지나간 거고 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냐며 너그러운 말투로 감사함을 전하고 끊었다. 괜찮다. 나는 나의 결정을 충분히 존중하고 지난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나에게 엄격해 스스로 잘했다고 인정하고 칭찬해 주기 어려운 사람으로서 이런 연락 하나하나로 크게 인정받는 기분을 느낀다. 엎어지긴 했지만 사직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제안을 주셨던 동종 업계의 한 이사님의 말씀도 오랜만에 생각이 난다. 그렇게 혼자 부스 전시 준비하고 외로울 법도 한데 초롱초롱한 눈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내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저 사람은 저기서 버텼으면 뭐를 해도 될 사람이다 싶었다고.


분명 후회는 되지 않는데 그냥 뭐랄까 작년 이맘때, 올 초를 다시 떠올리면 아직도 너무 먹먹해서 막막하다. 열심히는 됐고 '잘'만 필요하다고 채찍질당할 때 유독 쓸모없게 느껴졌던 나 자신이 다시금 안쓰럽게 느껴진다. 상사를 포함한 소수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게 봐주셨고 격려하고 도왔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나를 기억해 주고 계시는 게 감사하고 뭉클하다.

이제 그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상사의 말들을 하나씩 지워보려고 한다. 나를 더 깊이 인정해 주기 위해서. 이제는 내가 나를 인정해야 할 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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