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시
알람 없이 일어난 일요일 오전
베란다로 나가보니 해가 쨍쨍하다
여름이 급하게 간다고 인사를 못했다며
다시 찾아와 뜨거운 햇살로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있다
이번 해도 덕분에 치열했다 여름아
조금만 덜 더울 수는 없었을까
조금만 짧게 머물다 갈 수는 없었을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러 온
여름의 서운한 마음은 모르고
무심한 말들만 늘어놓게 된다
그래도 고마웠어
해를 보며 기분을 다잡았고
해를 피해 집에 있으면서
집안을 더 돌볼 수 있었어
오래도록 여름을 보낸 것만큼
가을도 짧지 않게 함께했으면 좋겠다
가을아 듣고 있니
겨울이 새치기하지 않도록
네가 우리 곁에 딱 머물러줘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가을이 대답하는 듯하다
이 계절을 소홀히 대하지 않을 테니
너도 약속해 줘 천천히 왔다 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