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도 되고 결과도 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
오늘은 거의 3개월 만에 병원에 다녀왔다. 예약을 못하고 당일 접수로 대기하면서 다시 한번 임신이란 우리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기다림과 인내의 연속이라고 느꼈다. 2시에 도착한 병원에서 내가 원장님의 얼굴을 뵌 건 거의 6시. 병원에서 모든 절차를 다 마치고 약국에 가니 6시 반이었다.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바로 찾아왔다고 말하는 주변인들이 가장 부러운 요즘이다. 남편에게 또 묻는다. “그 OO네는 그냥 자연임신이야? “
“그 AA네도? 쌍둥이라며?”
최근에 남편 친구들이 동시에 임신 소식을 들려주는 바람에 나도 기대를 했나 보다. 몸이 붓고 기분이 영 안 좋길래 ‘혹시 호르몬? 설마 두줄?’ 했는데 역시나 나한텐 뭐든 쉽게 오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이제 익숙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 내 품에 올 때까지 계속해서 나는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나처럼 자연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환자들이 워낙 많아 난임센터에 한번 가면 기본 1-2시간 동안 기다린다. 진료는 고작 3분에서 5분. 잠시 기다렸다가 수납하고 약 처방받고 돌아갔다가 다시 몇 주 후에 내원한다. 날짜를 받는다. 그날이 오기까지 기다린다. 본격 숙제의 날에 임무 수행을 하고 2주 동안 결과를 기다린다. 이때 테스트기의 두줄을 발견하면 좋겠지만 기어코 1줄만 보인다면 다음 월경일을 기다린다. 월경일로부터 2-3일 차에 다시 내원한다.. 일단 여기까지가 병원의 도움은 받으나 시술은 하기 전 단계의 예비 임산부의 반복적인 기다림이다. 아마 여기서 시험관 시술로 넘어가면 더 많은 기다림와 인내의 시간이 찾아오겠지. 나는 더 무덤덤해져야겠지. 깊게 생각하지 말아야겠지.
두 줄이 뜰 때까지,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때까지, 10개월 후 배에서 나올 때까지, 나와서 아프지 않고 잘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인내해야 할 것이다. 지나고 나면 이 과정도 별거 아닌 시간으로 추억되겠지. 더 빨리 할걸 후회도 살짝 하면서.. 그때 후회를 할 미래의 나에게 이런 말을 먼저 해주고 싶다.
“기다림도 하나의 결과였어. 과정만은 아니었어. 기다리면서 엄마 그리고 아이에 대해 배웠잖아. 남편과도 좋은 시간들을 많이 보내왔잖아. 헛된 시간이 결코 아니야. 그 기다림이 있었기에 지금 겁 없이 하나하나 스텝을 밟아가고 있는 거란다. 잘했어. 다시 돌아가도 너는 그렇게 선택을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