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저수지가 깊은 사람은 문장의 품도 다르다

깊은 문장은, 결국 깊은 삶에서 온다.

by 홍성화

2008년, 친한 친구에게서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성인이 된 후 책이 재미있다고 느낀 건 이 책이 처음이었다.

한 줄, 한 줄 따라 읽다 보니, 어느새 끝에 가 있었고,

책을 덮었을 땐 마음 한구석이 알게 모르게 채워져 있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나는 책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읽는 것이 좋아졌다.

처음으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그 후로 이지성 작가의 책이 나오면 무조건 사서 읽었다.


그중에서도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내게 있어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2010년, 결혼 전 동갑내기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처음 읽었다.

읽고 또 읽고, 오디오북으로도 반복해서 들었을 만큼

잘 쓰인 책이고, 근거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또 사색했을까?”

하는 존경의 마음으로 다시 읽게 되는 책이다.


책은 말한다.

위대한 리더는 모두 독서가였다고.

특히 인문고전을 통해 사고력과 통찰력을 길렀다고.

링컨, 간디, 마틴 루서 킹, 정약용, 다빈치…

책 속에 소개된 인물들의 삶과 독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책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교육’이라는 것에도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 첼로 연주자 장한나는 하버드 철학과를 선택했는지,

어떻게 삼류 대학이었던 시카고대가 노벨상 왕국이 되었는지.

책은 내게 수많은 ‘왜’와 그에 대한 통찰을 선물해 주었다.

무엇보다 ‘책 한 권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책에 빠지면 읽을수록 더 읽고 싶어진다.

어떤 책은 처음 한 줄부터,

‘이 작가는 어떻게 내 마음을 이리도 잘 알고 있지?’ 싶을 만큼 나를 정확히 꿰뚫는다.

작가가 내 마음을 몰래 읽은 것 같고,

내 안의 말을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써준 것 같다.

그런 문장을 만나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기교도 화려한 수식도 아닌데,

마치 새벽 호수 위에 비추는 첫 햇살처럼 마음을 건드린다.

그 문장을 쓴 사람을 떠올려본다.

쉽게 판단하지 않고, 쉽게 휘둘리지 않으며,

말보다 먼저 들으려 하고,

고요한 밤을 묵묵히 견뎌낸 사람.

그런 사람의 글은, 문장 하나에도 깊은 울림이 있다.


말도 글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저수지가 깊은 사람은 문장의 품도 깊다.

그 사람의 시간과 상처와 배려가 글 사이사이에 스며 있다.

그래서일까.

얕은 강물은 늘 요란하지만, 깊은 저수지는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처럼,

깊은 문장은 눈에 띄지 않아도 오래 남는다.


나 역시 책 읽는 삶을 시작으로 글 쓰는 삶을 살게 되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지난 4월에는 『나를 바꾸는 네 가지 원칙』이라는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제는 12월 출간을 목표로 나의 첫 개인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쓰면 쓸수록 글은 어렵다.

읽는 이의 마음을 상상하고, 나의 마음을 점검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책을 읽는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저수지를 깊고 맑게 채우기 위해서.


독서를 시작한 그날이, 결국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래서 오늘도 책 앞에 감사한 마음으로 앉는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짐한다.

나도 나의 첫 독자들에게 사고력과 통찰력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문장을, 그런 책을 남기고 싶다고.


한 줄 요약

읽고 쓰는 모든 시간은, 결국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빚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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