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소풍날이면 우리 집은 김밥천국이 된다

한 번에 30줄, 이 정도면 김밥 가게 아냐?

by 홍성화

아이들 소풍날이면

우리 집은 김밥천국이 된다.

도시락 싸가는 것보다 먹는 게 더 많은

7인 가족의 우리 집.

봄소풍, 가을소풍

1년에 딱 두 번인데 도시락을 안 싸다 싸니

그 두 번이 바쁘고 어렵다.

학교 급식에도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안 하면 다른 누군가는 꼭 하기 마련이니까.


오리지널 김밥
혼합 김밥(오리지널, 치즈, 누드)

소풍 덕분에 집김밥 먹었다.



소풍 전전날부터

특히 막내는 무엇을 싸갈까 곰곰이 생각했다.

(엄청 중요한 일이라 했다.)

소풍 하루 전에는 아동센터에서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 와 직접 장을 보겠다고도 했다.


“소풍이 그리 좋으냐?”


잠이 잘 안 올 만큼 설렌다는 막내의 순수함이 나는 그저 사랑스럽다.


좋을 때다.




2025. 10. 16(목) 새벽 3시부터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오이 4개, 깻잎 3묶음>

오이는 손질해 소금에 살짝 절여놓는다.

깻잎은 깨끗이 씻어 물기 털고 꼭지는 잘라 놓는다.



<당근 큰 걸로 2개>

당근은 소금에 살짝 절였다 기름 없이 볶는다.

숨이 살짝 죽을 만큼까지만


학교 다닐 때 당근에는 β-카로틴이라는 지용성 영양소가 풍부해 이것을 잘 흡수하기 위해서는 기름에 볶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연구와 조리 방법에서는 당근을 꼭 기름에 볶지 않아도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기름이 없어도 열을 가해 볶기 때문에 영양 흡수에는 문제가 없다.

β-카로틴은 익혔을 때 세포벽이 부드러워지면서 체내 흡수율이 2~3배 높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김밥 재료에 함께 들어가는 계란에 이미 기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당근 자체에 기름을 넣지 않아도 소장에서 지용성 영양소와 함께 흡수된다고.

김밥은 당근만 단독으로 먹는 게 아니라 다른 재료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음식이기에 흡수율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건강을 생각해

마트에서 파는 정제식용유를 안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평소 요리 할 땐 시어머니께서 짜주시는 들기름과 유기농 코코넛오일만 주로 사용하고 있다.



<시금치 2 봉지>

천일염, 조선간장, 마늘 가루, 가자미 액젓 조금씩 기념하여 무침



<계란 20개>



<김밥햄 4팩>

개수는 좀 적어도 이왕 싸는 거 도톰하고 맛있는 햄으로 고른다.

팔팔 끓인 물을 부어 합성 첨가물을 씻어낸다.

약한 불에 살짝 구운 후 한 줄씩 잘라 놓는다.



<양배추 샐러드(양배추 반쪽)>

-둘째가 소풍 일주일 전부터 부탁한 양배추 샐러드다.





일어난 순서대로 도시락 싸주기

-내 뱃속에서 나왔는데 셋 다 요구가 다르다.

-왜 그래?



<둘째 치즈김밥>



<셋째 꼬마김밥>

욕심이 많아서 첫째형 베이컨말이도 싸달라한 막둥이



<첫째 베이컨말이밥>


사춘기 비슷한 첫째 :

“소풍날 김밥은 이제 좀 촌스럽지 않아요?”

“엄마, 저는 색다르게 부탁드려요!”


“그럼 네가 싸” 하고 싶었으나

참자! 참자! 참자! 하고 싸줬다.

베이컨도 끓는 물에 씻어내고 사용함

갔다 와서는 엄지 척 한번! 끝!

사춘기가 왕이냐?

너 두고 봐! 나 갱년기 때 10배로 토해낸다.




<어머님 & 아버님 아침 식사>

-아이들 소풍날은 시부모님께서 계 타시는 날이다.

-김밥을 엄청 좋아하신다.

-콩나물국도 단골 메뉴다.

콩나물 한봉지(500g)

출근하면서 떡방앗간 들러 전해드리고.


내 점심까지 챙겨가 잘 먹었다.

비록 내 건 예쁘게 담지 못하고 헐레벌떡 주워 담았지만 맛은 똑같이 맛있었다.

집 김밥 특유의 맛이 예술이지.


신기하다.

같은 재료로 싸는데 파는 김밥과 집에서 싸는 김밥은 분명 맛이 다르다.

그리고 집 김밥이 더 맛있다.

무슨 차이지?


요리 경연대회라도 하듯

주어진 시간 안에서 체킹을 해가며

이 모든 걸 혼자 다 해냈다는 거에 뿌듯함이 굉장했다.


모두모두 즐겁고 맛있게 먹었다.

원 없이 실컷 먹었다.


이상하게
먹어도 먹어도 계속 맛있다.


둘째가 한 이 말에 힘이 나 더 열심히 쌌다.

손수 만들어 도시락 싸주길 잘했다.


소풍 갔다 와서는 “오늘 도시락 끝내주게 맛있었다”며 경쟁하듯 빈 도시락 통을 서로 보여주었다.

엄마 손맛을 기억하고 집 김밥을 바라는 세 아이들과 가족들이 있어 새벽에 고생한 건 벌써 다 잊었다.


나의 활력을 충전시켜 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너희들 덕분이야.

이 맛으로 사는가 보다.


가을 소풍 끝. 올해 김밥 대장정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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