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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화 Oct 30. 2023

남 주기에 아까운 것을 주는 마음

의미 있는 보답

친구를 생각하며 그저께 밤새 완성한 글씨

결혼하고 지금 살고 있는 면에서, 작년에 동갑이면서도 참 괜찮은 친구를 알았다.


그 친구가 ‘제1회 홍성사투리 캘리그라피 작품 공모전‘을 알려주었고 지난 9월에 참가신청서를 냈다.


바쁘다는 이유로 응모를 못할 뻔했는데 도전해 보라고 알려준 친구에게 미안해서 접수 마감일 새벽에 연습은 못했지만 진심으로 써서 냈다.


그런데 정말 영광스럽게도 장려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캘리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을 전혀 기대하지 못했는데 막상 시상식 초대장을 받고 나니 느낌이 새로웠다.

엄마, 아내, 며느리 사이에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를 끼워 넣으려 부단히 애쓰며 살고 있는 내게 정말 큰 상이었다. 그래서 눈물 나게 기뻤다. 내가 너무너무 자랑스러웠다.

2023. 10. 21(토)

벼바심, 깨바심하는 날이라 시상식에 같이 못 가서 미안하다고 했던 남편이 그날 아침에 비가 오는 바람에 같이 가주었고 맛있는 점심도 사 주었다.

내 일이라면 언제나 0순위로 도와주고 지지해 주는 정말 고마운 남편이다.


친구 덕분에 캘리그라피 공모전도 알게 되었고 상도 받았으니 뭔가 의미 있는 보답을 해야지 싶었다.


밥을 사줄까? 기프트카드를 보낼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밥은 다른 일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기프트카드나 콘도 마찬가지. 없어지는 것들이니까.


참 괜찮은 친구이고 나처럼 아이가 셋인 엄마이기도 하고 매사 아주 열심히, 긍정적으로 사는 친구이기에 기억에 오래오래 남고 매일 바라보면서 에너지도 받으라는 뜻에서 글씨를 써주기로 했다.

친구 덕분에 글씨로 상을 받았으니 글씨로 보답을 하는 게 맞지 싶다.

매일 쓰는 글씨가 아니다 보니 생각과 다르게 잘 안 써지는데 여러 번 연습을 통해 맘에 드는 구도와 글씨가 나왔다.

낙관도 찍고

과하지 않게 꾸밈도 주고

완전히 마를 때까지 하룻밤을 보냈다.

먹이 다 마른 것 같아도 막상 액자에 서둘러 넣으면 유리에 묻더라..

서재가 따로 없어서 작업을 할 땐 식구들이 모두 잠든 후 아이들의 방에서 할 때가 가끔 있다.

A4크기의 액자에 담은 예쁜 손글씨 선물

액자 작업까지 마치고

(산 액자는 사실 비닐에 싸여있어도 자세히 보면 먼지도 껴있고 특히 유리에 얼룩이 져 있다. 그래서 나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때 액자유리도 앞, 뒤 모두 입김을 호호 불어 투명하고 반짝반짝해질 때까지 닦는다. 자세히 관찰해 본 결과 생각보다 이런 사람 없더라.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서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보여지지 않을 정성까지 보탠다.)

거실 가족사진 옆에 한번 디피해 보았다.

괜찮은지, 어울리는지 한번 보려고. 친구도 이런 분위기겠지 싶어서…


내가 작업을 해 놓고 내가 감탄하고 있었다.

이렇게 글씨 하나, 작품 하나를 완성할 때 정말 내 선에서 최선에 최선을 다한다. 아무리 남들이 멋있다 잘했다 해도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그건 나를 속이는 일이 된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그렇게 했을 때 주기 아까운 마음이 든다. 이때가 가장 흡족한 때이기도 하다. 보통 남주기 아까운 것은 자신이 소유하기 마련이다. 꼭 쥔 채 놓아주려고 하지 않으니까 욕심이 앞을 가린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내려놓고 아까운 것을 주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내가 알아달라고 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이미 알고 있다. 진작에 온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사람 마음은 모두 똑같다. 내가 귀하다고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여기기 마련이다.


정성에 정성이 들어간 만큼 친구도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늦게 만난 동갑내기 친구이지만 이 친구가 우리면에서 여러모로 빛을 발하는 친구이면 좋겠다. 시골에서만 살기에는 참 아까운 친구다. 그렇지만 언제, 어디서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그런 친구이기도 해서 동갑내기로서 무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친구야, 항상

오늘이 너에게 선물이고 행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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