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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션서울 매거진 Jun 15. 2017

新소비의 미학 … 소비의 시작은 ‘나’ 로부터

어느 날 평소처럼 TV 뉴스를 시청하는데 아나운서의 입에서 “앞으로 경기 호황이 시작될 전망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면 우리는 곧바로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아마도 아나운서의 입을 의심하거나 자신의 귀를 의심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원문 보기)


이처럼 우리는 ‘호황’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만큼 경기 불황, 경기 침체, 불경기라는 말들이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대체 우리는 언제쯤 ‘경기 호황’인 시대에 살아볼 수 있을까.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땅도 살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지만 요즘 세대들에게는 판타지 영화만큼이나 믿을 수 없고 어젯밤 꾼 꿈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모아도 여전히 불투명한 내일을 위해 투자하는 대신 오늘의 나를 위해 과감하게 소비하겠다고 결심한다. 이왕 소비하는 거라면 내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을, 보다 합리적으로, 보다 가치 있게 소비하겠다는 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어보자.


Situation #1 혼자서도 잘해요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떠나는, 혼자서도 잘하는 ‘혼족’의 세상이 왔다.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인 그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이제 이들에게 혼자라는 것은 외로움이 아닌 편안함으로 정의된다. 여전히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가 좋고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이 그립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도 그들에겐 매우 소중하다.


이들은 더 이상 싫어하는 장르의 영화를 억지로 볼 필요가 없고 사실 오래전부터 편식해오던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을 간다. 온전히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신만을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1인’과 ‘경제(economy)’를 합쳐 ‘일코노미’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혼족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개인을 넘어 또 다른 의미의 집단을 이룬 혼족, 그들에게 우리 모두 주목해야 할 것이다.


Situation #2 한 번뿐인 인생을 즐겨라 YOLO, MAN!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정책 홍보용 영상을 통해 ‘Yolo, Man.’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처럼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인 ‘욜로(YOLO)’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미래를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아도 3포, 5포, 7포, N포에 이르기까지 포기할 것만 점점 늘어나는 세상에서 더 이상 기약 없는 내일이 아닌 오늘의 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즐기고 경험하겠다는 라이프 방식이다. 그렇다고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늘을 흥청망청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좀 더 가치 있고 풍요롭게 살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과감한 소비를 해보기도 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아직도 미래를 위해 현재는 잠시 미뤄두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들은 말한다. “Yolo, Man!”


Situation #3 음지에서 양지로 떠오른 ‘덕후’

TV를 통해 공개된 연예인의 집, 그 안을 빼곡히 채운 피규어(figure)나 운동화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빠져, 무언가를 수집하거나 몰두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덕후’라 칭한다.


한때는 취미생활에 빠져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이라는 의미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던 이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스스로 덕후임을 선언하며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자신의 덕질을 자랑하기에 나섰다. 어떤 분야의 덕후가 되었다는 의미의 ‘입덕’, 덕질의 대상을 직접 만날 만큼 성공한 덕후가 되었다는 의미의 ‘성덕’ 등 덕후는 아니지만 덕후의 단어만큼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도 자신의 관심사를 위해 당당하게 소비하고 이를 당당하게 드러내며 이제야 비로소 음지에서 양지로 떠오른 덕후들 그들의 시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ffect #1 합리적인 매력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어 가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일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단 한 번의 소비에도 보다 신중해지고 이왕 쓰는 돈이라면 좀 더 매력적인 곳에 가치 있게 쓰고 싶은 게 현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여느 경쟁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보다 까다로운 그들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가성비는 물론이고 상품이 주는 새로운 가치, 즉 합리적인 매력이 필요하다.


2-1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아줌마’는 197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니폼, 제품, 이동 수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친근함으로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전동 카트 위에 몸을 싣고 달리는 그녀들은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유제품은 물론 커피, 건강식품까지 판매하며 꾸준한 변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한 노력에 힘입어 커피 제품인 ‘콜드 브루(Cold Brew)’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는 한국야쿠르트의 제2의 전성기를 알리며 소비자 스스로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우리에게 ‘야쿠르트 아줌마’는 단순한 판매자 그 이상이다. 그녀들은 우리로 하여금 소비가 아닌 소통을 요구했고 이는 소비자에게 소비 그 이상의 가치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2-2 편의점 레시피

24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불을 밝히며, 5분 거리 안에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 이곳엔 없는 것 빼고는 다 있고 ‘이런 것까지 있어?’ 싶은 것들도 다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 돈이 없는 사람, 친구가 없는 사람,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문을 열어주는 곳,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이 시장에 자리 잡은 것은 꽤 된 일이지만 갈수록 바빠져만 가는 현대인들,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그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편의점은 각자의 개성을 살린 PB(private brand) 제품은 물론 멤버십 혜택과 덤 증정 1+1, 2+1 등 매달 다양한 혜택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소비자가 직접 개발한 편의점 레시피가 각광받으면서 이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하는 등 ‘편의점 레시피’는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보다 쉽고 빠르게 우리가 원하는 맛을 찾을 수 있는 곳, 맛을 따라갔더니 재밌는 소비가 덤으로 따라오는 곳, 가자!


Effect #2 혼자된 시간

3-1 할리스커피 라이브러리(Hollys Library)

최근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카페의 한숨 소리가 깊어져만 갔다. 목적 자체가 공부나 독서인 그들은 개인으로 오기 쉽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장시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카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것이다. 


하지만 할리스커피는 카공족도 하나의 큰 고객층이라 여기고 본사 직영점에 한해 ‘할리스커피 라이브러리(Hollys Library)’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이와 같은 마케팅을 앞다투어 시도하며 카공족의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그러니 혼자인 당신도 이제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카페 문을 두드려보자.


3-2 호텔업계 ‘1인 패키지’

소박하고 미니멀(minimal)한 이미지가 강했던 ‘1인 패키지’에 럭셔리(luxury)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호텔업계에서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1인 패키지’를 줄줄이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신라호텔은 1인 고객을 위한 모바일 전용 상품인 ‘마이 홀리데이(My Holiday) 패키지’를, 그랜드 힐튼 서울은 60객실 한정 선착순 판매를 통해 ‘포미(For Me) 패키지’를 각각 선보였다. 더 나아가 프리미엄 헬스리조트 WE호텔은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해 맞춤 패키지인 ‘나 홀로 여행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좀 더 럭셔리한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면 답은 하나, 호텔이다.


Effect #3 인생은 한 번뿐


4 ‘한 컷’ 감성

SNS를 해 본 이라면 누구나 ‘내가 이러려고∙∙∙.’ 하는 자괴감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기분이 들기 때문. 피드에는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들은 항상 맛있는 것을 먹고 비싼 옷을 입으며 여행을 밥 먹듯이 간다. 


하지만 그들의 ‘한 컷’ 너머에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아침에 가볍게 먹는 시리얼마저 감성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우리는 ‘한 컷’ 감성을 위해 보정 어플을 다운받고 수백 번 셔터를 누르며 그중 합격된 단 한 장만을 각자의 계정에 올린다. 남들이 보는 것은 그렇게 얻어진 최고의 결과물들인 셈이다. 그러니 타인의 잘난 ‘한 컷’ 때문에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같은 이유로 그들을 비난할 필요도 없다. 우리 모두에게 인생은 단 한 번뿐이고 각자에게 한 번뿐인 인생이라면 자신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기록하는 일은 꽤나 근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들이 ‘한 컷’을 위해 과감한 소비를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도 지금을 살아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자료 제공 : (재)한국패션유통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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